9788969340313 홍림
붕어빵의 꿈: 신장근 시집 (홍림시선04)
(저자) 신장근
홍림 · 2021-12-20 128*205 · 136p
홍림 · 2021-12-20 128*205 · 1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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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 신장근
신학과 임상심리학을 공부하며 강의와 글쓰기를 해왔다. SNS에 꾸준히 시를 발표하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번역가로서 『신화를 찾는 인간』(2015, 문예출판사)외 여섯 권의 심리학 서적을 우리말로 옮기기도 했다
신학과 임상심리학을 공부하며 강의와 글쓰기를 해왔다. SNS에 꾸준히 시를 발표하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번역가로서 『신화를 찾는 인간』(2015, 문예출판사)외 여섯 권의 심리학 서적을 우리말로 옮기기도 했다
목차
병어 두 마리/민들레꽃/내 시계/어린 이 날!/별들이 있다/라일락 나무/플라타너스/땅이 운다/태양을 위한 변명/하늘을 나는 비닐봉투/밥알의 눈물/에스컬레이션/풀벌레들은 노래한다/지금 그리고 여기/아스팔트 위의 매미/여름과 가을이 잔다/줄을 서는 사람들/여름에게 미안하다/비가 오는 날에는 너를 생각한다/천도와 황도/물 긷는 밤/나사 빠진 가로등/선풍기에게/단풍/엘리베이터 안에서/나무들이 서 있다/산골 마을/등대/까마귀의 웃음/커피는 사랑을 닮았어/새들의 하루/피리 부는 사나이/속도제한 표시판/우울의 미소/슬픔이 세상을 구원하리라/겨울 이야기 1/겨울 이야기 2/겨울 이야기 3/겨울 이야기 4/겨울 이야기 5/겨울 이야기 6/더 아름다워져야 한다/이별 연습/귀뚜라미/가을밤/군밤 탈영/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붕어빵의 꿈/기적/달의 꿈/후회/흥정/촬영/겨울이 내 품속으로 들어왔다/기도/보이지 않아도/어느 나무의 겨우살이/온기/붉은 은행나무/난 꿈을 꿔/색깔 있는 산책/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 세 가지 소원
책 속으로
붕어빵의 꿈
옻칠처럼 시꺼먼
무쇠알 속에서
가스불로 부화한
내 몸통 안에도
부드럽고 뜨거운
붉은 심장들이 있다
알을 깨고 나와
찬바람 맞으며
지느러미와 꼬리
차갑게 식었지만
아직도 내 안에는
남극 빙하도 녹일
뜨거운 심장들이
힘차게 박동친다
누런 황금빛 내 몸
구석구석에는
초콜릿보다 더 짙은
화상자국 투성이지만
난 아직도
녹두빛 금강물에
몸을 담가서
선홍색 아가미로
숨을 쉬며
황금빛 모래바닥 위를
마음껏 휘젓고 다니는
간절한 꿈을 차마
버리지 않았다
소리 없이 쌓인 눈으로
온 세상은
밀가루 쏟아놓은
반죽통 같은데
지나는 차도 끊긴
정류장 앞
손수레 위에선
작은 전등 두 개가
깜박거리며
추위에 떨고 있다
밤은 더 깊어가고
내 옆 철망에 놓인
황금색 물고기들과
진갈색 물고기들은
칼바람에 식어서
점점 딱딱하게
굳어만 가지만
내 안에 있는
붉은 심장들은
여전히 꿈틀거리며
다시 헤엄칠 때를
기다리고 있다
비록 작디작고
설탕에 버무려져
짓이겨졌지만
아직도 그 붉은빛
잃지 않은
작은 심장들이
겨울이 지나면
곧 돌아가야 할
금강을 그리며
콩닥콩닥 소리로
내 온 몸을
울리고 있다
산골마을 중
밤새 정겨운 이야기를 이어가는 곳
내가 갈망하던 많은 소유와 명예가
모두 무거운 짐이었음을 가슴 깊이
깨닫게 하는 수도원
잿빛 구름 하늘 덮은 흐린 가을밤이면
반딧불이 별빛을 대신하는 곳
살면서 잊어버렸던 소중한 것들이
고스란히 보관된 유실물 보관소
지나온 삶의 과오를
눈물로 뉘우치게 하는 통곡의 벽
삶은 비움으로써만 가득 찰 수 있음을
내게 가르치는 따스한 교실
병어 두 마리 중
나란히 누워
하늘만 보는 두 친구
손질을 마친
은색 병어 두 마리
할 말이 많지만
입을 굳게 닫은 둘은
신안 앞바다를 휘젓던
호기 좋은 사내들이었다
가고 싶은 곳도 많고
보고 싶은 곳도 많던 둘은
매일 매일 쑥빛 바다보다
더 짙푸른 꿈을 꾸었다
어느 날 머리 위로 날아온
나일론 그물에 걸린 둘은
파아란 색 페인트 칠해진
뱃바닥에 던져졌다가
새벽 어시장의
회색빛 시멘트 바닥을 거쳐
얼음이 재워진 박스에 실려
트럭을 타고 롯데백화점에 왔다
옻칠처럼 시꺼먼
무쇠알 속에서
가스불로 부화한
내 몸통 안에도
부드럽고 뜨거운
붉은 심장들이 있다
알을 깨고 나와
찬바람 맞으며
지느러미와 꼬리
차갑게 식었지만
아직도 내 안에는
남극 빙하도 녹일
뜨거운 심장들이
힘차게 박동친다
누런 황금빛 내 몸
구석구석에는
초콜릿보다 더 짙은
화상자국 투성이지만
난 아직도
녹두빛 금강물에
몸을 담가서
선홍색 아가미로
숨을 쉬며
황금빛 모래바닥 위를
마음껏 휘젓고 다니는
간절한 꿈을 차마
버리지 않았다
소리 없이 쌓인 눈으로
온 세상은
밀가루 쏟아놓은
반죽통 같은데
지나는 차도 끊긴
정류장 앞
손수레 위에선
작은 전등 두 개가
깜박거리며
추위에 떨고 있다
밤은 더 깊어가고
내 옆 철망에 놓인
황금색 물고기들과
진갈색 물고기들은
칼바람에 식어서
점점 딱딱하게
굳어만 가지만
내 안에 있는
붉은 심장들은
여전히 꿈틀거리며
다시 헤엄칠 때를
기다리고 있다
비록 작디작고
설탕에 버무려져
짓이겨졌지만
아직도 그 붉은빛
잃지 않은
작은 심장들이
겨울이 지나면
곧 돌아가야 할
금강을 그리며
콩닥콩닥 소리로
내 온 몸을
울리고 있다
산골마을 중
밤새 정겨운 이야기를 이어가는 곳
내가 갈망하던 많은 소유와 명예가
모두 무거운 짐이었음을 가슴 깊이
깨닫게 하는 수도원
잿빛 구름 하늘 덮은 흐린 가을밤이면
반딧불이 별빛을 대신하는 곳
살면서 잊어버렸던 소중한 것들이
고스란히 보관된 유실물 보관소
지나온 삶의 과오를
눈물로 뉘우치게 하는 통곡의 벽
삶은 비움으로써만 가득 찰 수 있음을
내게 가르치는 따스한 교실
병어 두 마리 중
나란히 누워
하늘만 보는 두 친구
손질을 마친
은색 병어 두 마리
할 말이 많지만
입을 굳게 닫은 둘은
신안 앞바다를 휘젓던
호기 좋은 사내들이었다
가고 싶은 곳도 많고
보고 싶은 곳도 많던 둘은
매일 매일 쑥빛 바다보다
더 짙푸른 꿈을 꾸었다
어느 날 머리 위로 날아온
나일론 그물에 걸린 둘은
파아란 색 페인트 칠해진
뱃바닥에 던져졌다가
새벽 어시장의
회색빛 시멘트 바닥을 거쳐
얼음이 재워진 박스에 실려
트럭을 타고 롯데백화점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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