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91193931233 도서출판 학영
우리가 얼굴을 마주할 때까지
(저자) 정동현
도서출판 학영 · 2026-03-18   128*188 · 1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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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부르심’과 ‘종말’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바울서신과 복음서 본문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오늘의 삶에 설득력 있게 적용한다. 학자로서 원문과 문맥을 치밀하게 짚어 내는 주해의 정밀함과, 목회자로서 성도의 현실을 끌어안는 따뜻한 통찰이 조화를 이룬다. 신학적 깊이와 영적 울림을 함께 원하는 그리스도인에게, 다시 부르심 앞에 서게 하고 종말의 소망을 현재의 삶 속에서 살아내도록 이끄는 성숙한 신앙의 길잡이다.

[특징]
- 해외에서 활약 중인 주목받는 신약학자, 미국 오스틴 장로교신학교 정동현 교수의 최신간
- 학문적 엄중함과 목회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부르심과 종말이라는 주제를 파헤친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정동현
미국장로교(PCUSA) 목사이며, 텍사스주의 오스틴 장로교신학교에서 신약학을 가르치고 있다. 에모리대학교에서 신약학으로 박사 학위(Ph.D.)를 받았다. 저서로는 Pauline Baptism among the Mysteries: Ritual Messages and the Promise of Initiation (De Gruyter, 2023)과 <건축자 바울>(도서출판 학영, 2024)이 있고, 역서로는 <신약학 연구 동향>(비아토르, 2023), <바울, 우리 어머니>(도서출판 학영, 2025) 등이 있다.

추천의 글

이 책은 신약성서학자이자 설교자인 저자의 성서학 전문성과 목양의 세심함이 어우러진, 깊이와 감동이 함께 담긴 탁월한 성서 묵상이다.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순식간에 읽어 내려가면서 나에게는 특별히 세 가지 포인트가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첫째,성서학 전공자에게도 유익할 만큼 내용이 알차고 전문성이 있으면서도 비전공 독자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도록 쉽게 풀어 쓴 점이다. 특히 이 책 첫 장에 담긴,고린도전서 장 마지막 구절에 대한 신선한 해석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다음 내용을 기대하며 책갈피를 넘기게 한다. 둘째,저자의 특별한 학문적 관심사 중 하나인 공간 해석이 풍부한 상상력과 함께 전개되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의 장은 마가복음이 “집”을 고향, 가정, 가족국, 주택 등의 다양한 층위로 바꾸어가며 집 없는 예수님의 사역 이야기를 생생하게 펼쳐가는 서사 공간 구성을 보여준다. 셋째, 다양한 독자들에게 같은 본문이 어떻게 서로 다르게 읽힐 수 있을지 사례를 통해서 보여주는 해석학적 통찰이다. 특히 장에 담긴 변화산 이야기 해석은 신약성서가 기록된 주후 세기 역사 속에서도 독자의 지역과 문화적 배경에 따라 같은 본문이 어떻게 서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었을지 보여준다. 그러나 해석의 완성은 무엇보다 과거로부터 전승된 본문이 오늘 나의 이야기와 만나서 지평의 융합을 이루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이 책 마지막 장에서 요한계시록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읽음으로써 그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며, 신약성서가 신앙의 책으로서 독자들의 품에 따스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목회자와 신학생과 평신도 모두에게 배움과 신앙 경험을 함께 안겨줄 책임을 확신하며 기쁜 마음으로 추천한다.
_안용성 목사 | 그루터기교회

이 책은 저자가 여러 교회와 학교 채플에서 선포했던 말씀을 바탕으로 빚어낸 “신학적 사색”의 모음집이다. 동시에 저자의 “긴 기도”이기도 하다. 그는 이 사색과 기도의 여정을 ‘부르심’과 ‘종…말’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엮어 내는데, 이 두 주제는 단순한 교리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 존재 전체를 관통하는 신비의 사건으로 제시된다.특히 나의 사유가 오래 머물렀던 지점은 장 「모두를 위한 집」이었다. 저자는 마가복음 전체를 “집의 신학”이라는 독창적인 관점으로 읽어낸다. 이 독법에 따르면 마가복음의 예수님은 “뿌리가 뽑힌 분, 고향을 잃은 분,곧 홈리스(homeless)와 다름없는 분”이다. 그분은 실향민이요, 이민자요, 방랑자의 원형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예수님은 집을 가지신 분이기도 하다. 가난한 자들, 배고픈 자들, 병들고 갇힌 자들, 그리고 집을 잃은 모든 이들 가운데 거하시는 예수님은, 그들을 자신의 “집”이라 부르신다. 따라서 “우리가 집을 잃고 자리를 상실하며 거절 당한 이들을 환영할 때, 우리는 또한 집이 없으신 예수님을 우리 가운데 환영하게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충격적이며 전복적인 선언인가. 2장 「진심인가요, 바울?」에서 등장하는 전도의 그늘 또한 우리 자신을 정직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 사랑과 섬김을 실천하는 행동이, 단지 그 사람을 내가 다니는 교회로 데려오기 위한 도구가 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쉽게 고개를 들지 못한다. 저자는 타자와의 관계를 도구화하는 일부 전도광들의 습성과는 전혀 다른 바울의 전도 목적을 보여 준다. 종말의 시간을 의식하며 달려가던 바울은 자신에게 남은 시간 동안 한 사람이라도 더 하나님의 구원 계획 안으로 포함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 대목에서 독자는 멈추어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열심은 과연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여러 면모를 보게 된다. 원문이 허용하는 해석 가능성의 영역 안에서 문맥을 따라 그 가능성을 신중히 좁혀 가는 학자의 모습, 신학을 현재의 삶에 연결시키고자 발버둥치는 사상가의 모습, 한때 방언을 자랑하며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했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양심가의 모습이 드러난다. 또한 하나님의 부르심이 어디에 있는지 간절히 기도했던 성도의 모습, 미국에 살지만 시민권은 하늘에 두고 있는 나그네의 모습, 교통사고를 당해 당황하는 연약한 인간의 모습, 그리고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기에 이 경전에 자신의 삶을 거는 신앙인의 모습까지 만나게 된다. 『우리가 얼굴을 마주할 때까지』는 한 사람의 인생에 켜켜이 쌓인 경험들이 균형 있게 녹아든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독자에게 단지 이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를 사유하게 하고, 회개하게 하며, 다시 부르심 앞에 서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얼굴을 마주하는 그날을 소망하게 만든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나는 “신약성경의 시편”이라 부르고 싶다. 학자의 치밀함과 신앙인의 기도가 한데 어우러져 빚어진 이 시편을 우리에게 선사한 저자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_이상환 교수 | 미드웨스턴침례신학교

목차

서문 … 13
약어표 … 15

1부 부르심 … 17
1장: 후회하심이 없는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 … 19
2장: 진심인가요, 바울?… 45
3장: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 65
4장: 모두를 위한 집 … 89

2부 종말 … 109
5장: 그 이름 … 111
6장: 우리가 얼굴을 마주할 때까지 … 137
7장: 주해의 종말 … 165
참고문헌 … 188

책 속으로

고린도전서 12장 31절에 나오는 “더 큰 은사”가 예언을 가리킨다고 보든, 혹은 사랑을 의미한다고 보든 간에, 두 해석은 기본적으로 한 가지 동일한 전제를 갖습니다. 즉, 은사들 사이 위계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더 크고 나은 은사, 더 값진 은사가 따로 있고, 반대로 더 작거나 열등한 은사가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바울이 정말로 은사의 중요성에 차등을 두고, 거기에 따라 더 큰 은사를 사모하라고 청중에게 권면한 것일까요? 대부분의 한국어 번역 성경(개역개정, 새번역, 공동번역, 새한글 등)에서는 고린도전서 12장 31절 상반절을 명령문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영어 번역 성경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즉, 고린도인들에게 더 큰 은사를 추구하도록 실제로 명령하는 장면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구절을 다르게 읽습니다. 22-23

저는 한국교회에 자리잡고 있는 전도의 열정이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개신교가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 고 단시간에 양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 에는 그러한 열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 구하고 다음과 같은 의문이 종종 떠오르곤 합니다. ‘누군가에 게 좋은 이웃이 되어 사랑과 섬김을 실천하는 행동이 단지 그 사람을 내가 다니는 교회로 데려오기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된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바울이 고린도전서 9장에서, “내가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것이 되어서 그들을 구원하고자 했다”라고 말할 때, 바울 역시 자신이 타자와 맺는 관계를 도구화한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이러한 질문을 바울에게 직접 던졌다면, 그는 아마도 저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 보았을 것입니다.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고, 한가한 소리만 한다고 질책했을지도 모릅니다. 바울은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이 아니라 1세기를 사는 유대인이었습니다. 그는 “새생명축제”나 “새가족초청주일”의 성공을 위해서 전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바울에게는 체계적으로 조직된 교회, 안정된 목회 자리, 재정적으로 준비된 은퇴와 같은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는 로마가 다스리던 1세기 지중해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공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떠돌이 유대인 사상가였습니다. 유대인 바울은 그가 믿는 메시아에 관한 소식을 다른 사람 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만난 메시아가 그의 세계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51-52

디모데전서와 스킬리움의 순교자 행전을 나란히 놓고 읽는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스킬리 움의 순교자 행전」에 디모데전서 2장이 직접 인용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순교자 문헌에는 디모데전서 1장과 6장,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통치 권력과 맺는 관계를 다루는 또 다른 본문인 로마서 13장에 대한 암시가 들어 있습니다. 더 나아가 스킬리움의 순교자들에게 사도 바울은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총독에게 심문을 받는 동안, 그들은 휴대할 수 있는 작은 상자 안에 바울서신들을 지니고 있었습니다(Quae sunt res in capsa uestra? Libri et Epistulae Pauli uiri iusti). 따라서 「스킬리움의 순교자 행전」은 넓게 보아 초기 바울 수용사, 즉 바울을 인식하고 해석한 역사의 중요한 일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디모데전서 2장을 이 초기 기독교 순교 이야기와 엮어서 읽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67-68

이처럼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뿌리가 뽑힌 분, 고향을 잃은 분, 곧 홈리스(homeless)와 다름 없는 분으로 나타납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에게는 “집”이 없었습니다. 예수님에게는 “집”이라 부를 만한 곳이 없었지만, 마가복음 3장에는 역설적으로 “집”과 관련된 언어 표현이 다수 나타납니다(굵은 글씨로 표시해 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셨고, 더 큰 무리가 추가적으로 그 집 안에 모여들었습니다. 예수님의 본래 집 사람들, 즉 가족들은 그들의 집에서 나와 예수님을 잡으려고 예수님이 사역하고 있는 집으로 찾아 왔습니다. 이후 서기관들이 다가와 집 은유를 사용해 예수님을 비난합니다. 귀신들의 왕이 예수님 안에 들어갔기 때문에(집이라는 공간을 은유적으로 사용), 그분이 다른 귀신들을 내어 쫓을 힘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그 집 은유를 그대로 이어 받아서, 또 다른 비유로 응수합니다. 94-95

이것이 주해(exegesis)의 끝, 적어도 전통적 의미에서의 주해의 종말일 것입니다. 텍스트를 역사적 맥락 속에 위치시키고 언어적·문헌적 비교를 거친 후, 본문에 나타난 핵심적인 신학적 메시지 및 문학적-수사적 효과에 대해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로써 주석가로서 제 할 일을 다 한 셈입니다. 그러나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한 명의 그리스도인 독자로서, 저는 아직 제 읽기가 다 끝나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저는 요한계시록이라는 책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요한계시록은 단지 학문적 객체가 아닙니다. 이 책은 성경 밖 고대의 문헌들과 동일한 위치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저에게, 그리고 제가 속한 공동체들에게, 요한계시록은 기독교 정경의 일부이며, 저는 이 경전에 제 삶을 걸고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이 전달하는 비전을 무미건조하게 설명한 뒤에 그로부터 눈을 돌릴 수는 없습니다.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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