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88971398067 소나무
콩깍지 사랑 : 추둘란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수필집
(저자) 추둘란
소나무 · 2003-12-13   신국판 · 2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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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천사와 울보엄마의 시골이야기
콩 깍 지 사 랑


다운 천사와 울보 엄마의 시골 살이

1. 다운증후군 아들 민서

글쓴이가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한 때는 1999년 11월이다. 막 서산 촌놈(?)과 결혼해 충남 서산에서 살림을 차린 때이다. ‘무엇을 꿈꾸며 살아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던’ 서울 생활을 버리고 시골 아낙이 되었을 때, 그는 비로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압구정동의 사무실이 아니라, 시골의 작은 정류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연재는 ‘시골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2000년에 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다운증후군 아들 민서를 낳으면서 글의 소재는 ‘민서 이야기’로 바뀐다. 그만큼 그에게 다운증후군 아들 민서의 탄생은 놀랍고 괴로우며 두려운 것이었다. 민서를 낳고, 그는 밤이면 밤마다 산후조리원의 좁다란 방에서 절규한다.

“그러면 안 됩니다. 우리가 큰 욕심을 낸 것도 아니요, 시골 학교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고 싶은데, 이렇게 불행을 주셨으니 이제 우리는 어떡하라구요. 누구는 서른아홉에 늦둥이를 낳아도 비장애아인데 저는 그보다 더 젊습니다. 왜 하필 저인가요?”(48쪽, 천천히 자라는 아이)

그는 민서의 상태를 시댁과 친정에도 알리지 않고 삼칠일을 보낸다. 고통은 모두 그와 남편의 몫이라고 생각했고, 남은 인생에는 슬픔과 불행만 있는 줄 알았다. 그렇게 ‘죽을 용기가 없어 겨우 겨우 더듬으며 지나온 눈물골짜기’를 지나고 나서야 그는 왜 자신의 삶에 눈물골짜기가 필요했는지를 알게 된다. 결국엔 자기 내면의 문제였고, 그 깨달음을 준 것은 놀랍게도 민서였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눈물골짜기에서 흘린 눈물은 모두 저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생각과는 너무 다르게 흘러가는 제 삶과 그 속에서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는 제 자신이 불쌍해 보여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입을 열어 내 슬픔이 여기까지 차 있노라고 설명할 수가 없었기에 더 길고 오랜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런데 실컷 눈물을 다 쏟아 내고 난 그 즈음에, 이젠 괜찮다고 자신을 추스르게 된 바로 그 즈음에 제게는 작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한 번도 눈여겨 본 적 없는 다른 사람의 눈물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물이 보이기 시작하자, 한 번도 아름답다고 생각해 보지 못한 것들의 아름다움과 소중함도 함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세상에 숨어 있는 작은 은유들이 하나 둘 제게로 다가와서는 이전에 받아본 적 없는 깊은 위로를 건네주었습니다.“(175쪽, 참된 시작)

2. 모성애의 자연스러움

그가 서산에서 홍성의 환경농업교육관으로 삶터를 옮긴 것은 ‘오직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민서를 키우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그르지 않았다. 좋은 환경에다 덤으로 좋은 사람들을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마을의 할머니들은 민서가 천천히 자라는 것을 알고, 민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눈여겨보고 함께 좋아해 주었다.

“모르긴 몰라도 도시였다면 사정은 달랐을 것입니다.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도시, 그들에게 늘 민서를 설명해야 하고 그들은 그들대로 저와 민서를 위로하려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설픈 위로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르다는 차별 의식에서 나오는 것이요, 지나치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어서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48쪽, 천천히 자라는 아이)

민서는 이제 네 살이 되었다. 팔 다리의 길이가 짧아 몸의 균형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하더라도, 손가락과 발가락의 길이가 짧다고 하더라도, 눈자위가 늘 부어 있다 하더라도, 콧대가 낮다 하더라도, 입을 잘 다물지 못한다 하더라도, 검지 발가락이 휘어져 있다 하더라도 그에게 민서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이이다. 민서와 함께 목욕탕이나 산에 다니는 것도 떳떳하고, 이제는 시댁과 친정 식구들로부터 오히려 사랑을 이끌어 내는 민서가 너무나 자랑스럽다. 한마디로 콩깍지 사랑이다. 이렇게 한 번 콩깍지가 씌고 나니, 민서가 절망이 아닌 희망과 축복을 안고 온 아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시와 자연, 장애와 비장애의 이분법을 벗어나는 길은 결국 ‘자연스러운 모성애의 발견’에 있었다.

“이 책을 엮으며 제 마음 속에는 뚜렷한 바람이 생겼습니다. 장애아를 둔 가족들이 슬픔과 절망만 되짚으며 살기보다 희망과 사랑을 찾아가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들도 그들을 까닭 없이 불쌍하게 보거나, 터무니없이 차갑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제가 민서를 키우며 장애인에 대해, 또 세상과 사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것처럼, 이 책도 그런 힘으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5쪽, 책머리에)


잘 치댄 반죽 같은 묘사 -추둘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수필집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나, 시골 살이의 정겨움을 노래한 책들은 많다.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라면 오토다케의 ꡔ오체불만족ꡕ, 이지선의 ꡔ지선아 사랑해ꡕ가 있고, 시골 살이의 정겨움이라면 김용택 시인이나 임의진 목사를 금방 떠올릴 수 있다. 이 책의 초고를 먼저 읽은 리더스 가이드의 독자 기획위원 가운데 많은 이들도 흔한 소재이고 비슷한 정서의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사람들이 장애인이고, 모든 분야에서 ‘자연’이 상품이 되어 날개 돋친 듯이 팔리는 현실에서 추둘란의 삶과 글은 그닥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둘란의 삶과 글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그가 자연주의자를 내세우며 홀로연하는 사람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시골 아줌마’로서, ‘난로를 두고 마주 않아 옛날 이야기를 하듯 진솔하고 편하게’, 그리고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를 잘 치댄 반죽처럼 세밀하고 꼼꼼히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색하게 자연주의자를 내세우며 농가 주변에 은둔하지 않고 이웃과 어울리는 가식없음이 좋았고, 여러 가지 소재가 너무 진지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문체로 잘 쓰여 졌다. 요즈음 내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글이었다. 너무 잘난 사람들의 잘난 이야기도 싫증나고, 속내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소설도 짜증이 난 것 같다.
(강임수, 37세, 주부)

시집 간 동생이 오랜만에 내려와 자기 남편, 이웃 이야기를 옆에서 들려주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아등바등하며 사는 우리네 삶과 그다지 차이도 없는 삶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갈수록 삶에 지치는데 글쓴이는 행복이라는 거름채로 덩어리는 덜어내고 고운 가루만 남기는 재주를 가진 것 같습니다.
(구현, 49세, 교사)

읽으면서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책이었습니다. 표현이 사실적이어서 마치 책을 읽는 내내 제 자신이 그 마을의 주민이 되어 이야기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 맙니다.
(한인순, 38세, 주부)


71명의 네티즌과 함께 만든 책(북피알 미디어 기사 전문)

독자가 책의 단순한 소비자라고?
- 저자와 독자, 출판사가 함께 만든 "콩깍지 사랑"

인터넷 북 커뮤니티 ‘리더스 가이드www.readersguide’(대표 박옥균)와 ‘소나무 출판사’가 공동 기획해 만든 책, ꡔ콩깍지 사랑ꡕ이 출판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강연회나 출판 기념회 등으로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경우는 있었지만, 독자가 책이 출판되기 전에 직접 참여한 것은 출판계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독자가 직접 편집·제작·홍보에 참여

리더스 가이드는 독자들이 책을 읽고, 리뷰를 함께 나누는 ‘순수 독자 커뮤니티’. 소나무 출판사는 11월 15일부터 10일 동안, 초고를 리더스 가이드 홈페이지에 올리고, 설문을 부탁했다. 설문의 내용은 책의 컨셉부터 홍보까지 편집과 마케팅에 필요한 요소들. 자발적으로 참여한 리더스 가이드의 독자 기획위원 71명은 원고지 700매에 달하는 초고를 모두 읽고, 꼼꼼히 설문지를 작성했다.
그리고 출판사는 설문 내용을 바탕으로 책의 컨셉, 목차, 제목, 디자인, 판형, 지질 등을 결정해 12월 15일에 책을 펴냈다. 책에는 독자 기획위원들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었다. 또한 출판사는 리더스 가이드 홈페이지에 마련된 <콩깍지 사랑 방>을 통해 책 만드는 과정을 그때그때 올렸고, 기획위원들은 여기에 답글을 달아 책의 완성도를 높여갔다. 소나무 출판사 임중혁 씨의 말이다.
“저희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컨셉 잡기였습니다. 그런데 독자 기획위원들의 설문지를 보고서는 무릎을 치게 되었죠. 나이나 성별, 직업에 따라 글에 대한 선호도가 분명했고, 일관된 맥락을 보여 주었거든요. 출판사 힘만으론 할 수 없는 일을 독자들이 해 낸 거죠.”

독자도 보람 커

한편, 이번 사업에 참여한 독자 기획위원들에게도 이번 일은 매우 남다르다. 김은정 씨(29, 회사원)의 말이다. “언제나 만들어진 것을 보기만 하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는 책을 만드는데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기쁩니다. 초고를 검토하면서 글이 참 좋아서 많이 감동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좋은 책이라는 판단이 서고 나니까 이번 일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지네요. 책이 출간되면 시집 간 친구들에게도 몇 권 선물을 해줄까 합니다.”
책의 판권에 독자 기획위원들의 명단이 실렸고, 뒷표지에는 이들의 추천사가 담겨 있다. 이들은 벌써부터 리뷰 쓰기와 구전 홍보에 참여하겠다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고···.

독자 참여 시대 열어야

리더스 가이드와 소나무 출판사는 앞으로 더욱 발전한 ‘독자 참여 도서’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처음이라 편집·제작·홍보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기획에도 독자들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독자들이 직접 저자가 되는 것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좋은 책은 독자가 만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출판사가 좋은 책을 기획해서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것도 좋지만, 독자들도 이제는 제 목소리를 내면서 좋은 책을 만들어내는 일에 함께 참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는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시대이니 그만큼 독자들의 참여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리더스 가이드 박옥균 대표의 말이다.
<북피알 미디어>

저자 및 역자 소개

추둘란
1969년 봄에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19년 동안 자랐다. 서울에 올라와, 대학과 대학원에서 농학, 영문학, 우리나라 현대소설을 공부했다. 한동안은 편집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녹색연합에서 펴내는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의 일을 잠시 도운 인연으로, 그곳에 글을 싣게 되었다. 그러던 가운데 서산에 취재하러 갔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그와 결혼해서 충남 서산에서 살림을 시작했다. 다운증후군 아기인 민서를 낳은 다음, 다시 홍성으로 이사해서 살고 있다. 지난해까지 홍성 환경농업교육관에 살면서, 사무국장인 남편의 일을 돕고 마을일을 도왔다. 지금은 남편과 함께 유기농법으로 쌀, 마늘, 배추 등의 농사를 짓고 있다. 더불어, 민서의 성장과 시골에서의 소박한 삶을 주제로, 매달 <작은것이 아름답다>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추천의 글

글을 읽고, 전화기를 들어 시골에 계신 할머니께 안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 조복희 (22세, 대학생)

"이 세상에 다운증후군 아이들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라는 고백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존귀함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꼈습니다."
- 박상돈 (35세, 목사)

글의 묘사가 세밀하고 꼼꼼해, 마치 반죽을 잘 치댄 듯한 끈끈함이 보입니다.
- chungya (30세, 프리랜서)

참으로 절망에 빠져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통해 꿋꿋하게 살아가는 자세를 배우라고 권하고 싶스니다.
- 김용찬 (40세, 교수)

요즘처럼 추운 날, 따스한 봄볕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 한인순 (38세, 주부)

나이 들면 기필코 시골 내려가 살겠다는 제 맘을 다시 한번 다잡아 주었습니다.
- 장윤선 (26세, 회사원)

목차

책머리에 (콩깍지 사랑의 기쁨)

천천히 자라는 아이
버스 시간이 지 맘대로여
풋감, 풋사과, 잘 익은 살구
부실까? 그래, 부셔 번져
천천히 자라는 아이
모두가 주인공인 잔치

나의 노래
도라지꽃 흔들리는 날에는
만국기, 김밥, 솜사탕
나의 노래
평화가 있는 집
양말을 갤 때마다
하나님의 숲

상사화 필 무렵
경상도 아내, 충청도 남편
상사화 필 무렵
민서야, 안녕 안녕 해 봐
참 좋은 가을날
목욕 가는 날

참된 시작
미안하다, 일순아
엄마를 위해서라면
참된 시작
자전거 선생님
봄날은 흘러 어디로 가는가?
뱀에 대한 오해

들꽃 엄마
쌍둥 엄마
들꽃, 장애아의 엄마들
콩깍지 사랑
작은 마음
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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