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88969340016 홍림
추근추근 하시지라 - 우이도 주민들, 그들만의 힐링 스타일
(저자) 지정희
홍림 · 2014-03-25   140*200 · 3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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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설명

: 피곤의 시대, 삶이 고단한 영혼들에게

우리가 잘못 확신했던 것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

얼마 전 파마하러 도초에 나갔다. 여기 저기 일을 보고 오후에야 미장원에 들렀다.
그날따라 파마머리가 빨리 나오지 않았다.
오후 2시 10분, 목포에서 오는 객선 섬 사랑 6호를 타고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오늘 못 들어가는 것 아닐까, 생각하는데 박 권사가 전화기를 집어 든다.

“선장님, 여기 우이도 권사님 파마하고 있어라. 배 좀 추근추근 몰고 오씨오.”

‘추근추근’은 섬에서 쓰는 ‘¯천천히’¯란 뜻의 사투리다.
그 날, 나는 문제없이 예쁜 머리를 하고 우리 섬 동리로 들어갔다.



■ 출판사 서평

험한 바다와 같이 험한 삶을 산 이들의 애환을 저자 특유의 재치와 여유로운 문체로 통과시킨 수작!

도시의 문화를 무색하게 하는 자연의 근원적 색깔과 질서
그 속에서 깨달아가는 창조주 하나님의 위대함, 그리고 사랑

자신을 주장하지 않으면서
가난한 맘으로 풍족히 나누고 기도하며 사는
우이도 주민들의 덤덤한 삶을 통해
기독교 신앙인으로서의 자세에 대해 생각한다.

『추근추근..』은 저자 지정희 권사의 삶 이야기이면서, 배움이 적고, 세상과의 단절 속에 평생을 '우이도'라는 작은 세상 속에 산 우이도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우리의 지식과, 검소하다고 자긍하는 중에도 여전히 묻어있는 '사치'가 부끄러워지게 하는 진솔함을 옅볼 수 있다.

74컷의 우이도 풍광 사진이 들어가 있어 자체로 힐링이 되는 편안함!

_ 피곤의 시대 혼탁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우이도 사람들의 이야기가 뭉클하면서 새삼 값진 이유.
_ 삶에 대한 여유와 관망하는 자세들로 살아가는 그들의,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느껴지는 귀함.
_ 검소와 담백함에서 오는 무게가 책 갈피 갈피마다 전해진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지정희

6.25전쟁이 나던 해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결혼 전 CCC 간사로 일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성경공부와 복음 전하는 일에 소명을 갖고 힘을 다 했다. 결혼 후 전업주부로 서울 세검정 교회에서 신앙생활하며 간간이 글을 쓰기도 했다. 2003년, 원시 야생 자연도서를 만들겠다는 남편의 꿈과 함께 하려고 전남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의 주민 10여명이 거주하는 오지 섬으로 이주해 지금까지 11년 째 살고 있다. 2005년 전국 여전도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에 응모하여 수필부문‘섬에 사는 사람들’로 수상했다.
매 주일 배를 타고 면사무소가 있는 큰 섬 도초도의 지남교회에 출석하여 찬양대를 지휘하며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일을 기쁨으로 감당하고 있다. 매일 아침저녁 수평선상에 뜨고 지는 장엄한 태양을 바라보며 창조주의 숨결 앞에서 순종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추천의 글

학생 지정희와 오제신과 함께 했던 CCC사역의 기억은 늘 가슴 뛰게 하는 설렘이었다. 그들이 섬으로 갔다는 소식에, ‘ 아름답고 꿈 많은 사람이 꿈속에 비추어진 삶을 살고 싶어 하는구나.’고 생각을 했었다. 세월이 흐른 후, 이미 꿈이 가득한 섬과 하나가 되어버린 그들을 만났을 때는 대학시절보다 그 아름다움이 더 농익었음에 옅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의 눈길하나, 말의 깊이까지 아름다움으로 빚어져가는 모습은 조용한 감동이었다. 원고를 읽는 내내 이 아름다움이 이렇게 기록으로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화려하지 않으나 화려함을 넘어선 고귀함과 보통 세상 사람들이 바라는 편리함과 편의를 넘어선, 진정한 삶의 부요를 누리는 복스러운 이상들을 보면서, 이 글들이 도시의 바쁜 사람들의 머리를 식혀줄 뿐 아니라, 내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기록인 것 같아 감사하다.
책을 읽고 나니 빨리 그들 부부를 만나러 그 섬에 가고 싶어진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흔적으로 채워져 있을 그 곳에 서서 또 한 번 감동하고 싶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풍요가 가득한 이 책을 의미있는 삶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가득한 마음과 함께 권한다.
_ 홍정길 목사, 남서울은혜교회 원로

「책이 되어버린 남자」의 저자 알폰소 슈바이거르트는, 얀 그레스호프의 말을 인용해서“좋은 책이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 게 아니라, 무엇을 앗아가야 한다. 우리가 확신하는 어떤 것을.”이라고 했다. 이 책이 나를 포함한 모든 독자들에게 ‘좋은 책’이 되리라는 확신이 든다. 이 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더해주는 책이 아니라, 우리가 잘 못 확신했던 그 어떤 것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할 만한 책이기 때문이다.
오제신 지정희 부부와의 만남의 축복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어느 날 이런 소식이 들려올 날을 기대해 본다. “이웃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이 들고 온 깃발 하나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지정희 권사님 내외분이 이곳에 사는 동안 이 섬 주위가 더 좋은 곳이 되었다.’ ”
_ 방원철 목사, 마포성광교회 담임

먼 외딴섬에서 쑥, 두릅, 미역, 다시마 같은 바다향의 먹거리를 상에 올려 부부가 함께 아침을 챙긴다. 이 아름다움을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에서의 편리한 삶을 포기하고 섬에 감추어진 보화와 값진 행복을 소유한 기록들이 책으로 만들어져 매우 기쁘다.
_ 이학규 세검정 감리교회 원로 장로

“ 하나님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도시로, 도시로 사람들이 떠나버린 서남해의 한 작은 섬에서 태고의 아침에 눈 뜨고, 파도와 바람소리를 벗하며, 뼛속깊이 청정한 자연인으로 살아온 나의 오랜 벗, 지정희. 독자의 마음에 크고 작은 공감의 파문을 일으킬 이 책은, 도시인들이 잃은 것이 무엇이고, 마침내 돌아가 쉴 곳이 어디인지 나직하게 그러나 또렷하게 속삭인다. 지표면의 70을 뒤덮고 있는 것이 바다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거대한 대륙도 결국은 하나의 섬에 불과한 것을….
_ 김숭희 강원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지정희 님의 글 속에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짙게 배어 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삶으로서 체험하고 사는 신앙고백이 있으며, 섬을 구성하고 있는 하늘과 바다와 땅과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동식물 등 자연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있다. 남편과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들에 대한 가족 사랑과 더불어 사는 이웃사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진하게 녹아 있다.
_ 경동현 ‘평범한 소시민의 사는 이야기’ 블로그의 블로거

10년의 세월, 나이 많은 새댁은 섬에 완전히 동화되어 도시에 나오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고, 그 모습을 보며 나도 1~2년만 견디면 섬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는 나에게 섬 생활에 대한 동경과 함께 자신감도 불러일으킨다.
_ 곽성실 인천광역시 간호사회 증경회장

목차

1부_여기에 사는 즐거움
여기에 사는 즐거움 |쌀 한 포대의 행복 |옛날로 돌아가기 | 새 가족 | 샘이 터지던 날 | 사랑하니까 | 사람이 살았다 할 것이 없제 |살아있는 무인도 |윤 할머니의 소원 |홀로 세운 나무 |통발 |“추근추근 오씨오”| 백호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쓰레기 |그 해 봄에 있었던 일 |사위질빵 |큰손자 인욱이 |배진용 장로님 |별이 내려와 꽃이 되었다 |머위 |수평선이 보이는 마당 |산도 익어가는 계절 |봄, 숲에서 일어난 일

2부_나누며 사는 삶
나누며 사는 삶 |세 남자 |갯까치수영 |냉장고 이야기 |할머니의 행복 | 행복한 아이들 |그분이 인도하는 삶 |우이도 공기의 힘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 |창조주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 |행복한 시간 |동백 샘 |내 잔이 넘치나이다 |바다 건너 온 손님 |미역 말리기 |안개의 섬 |우이도의 아름다움 |이바지 |나무는 자란다 |동화 나는 무인도

3부_울며 씨를 뿌려야 하는 이유
송편 이야기 |울며 씨를 뿌려야 하는 이유 | “당신이 올까봐”|바우옷을 아시나요? |진짜 선물 |꽃으로 짓는 집 |
꽃섬 | 섬 사랑 학교로의 초대 |불지르기 | 평안 | 산국 | 아들의 꿈 | 게스트하우스로의 초대 |동리 섬 현주소 |김혜자 권사 방문 | 동화 손녀의 꿈

4부_고단한 세월을 살았어라
섬에 사는 사람들 |은밀한 축복 |사선(私船)을 타고, 사선(死線)을 넘어서 |만희 씨 이야기 |더 이상의 행복은 없다 | 집에 가는 사람, 관광 가는 사람 | 나무 시집 보내기 | 고단한 세월을 살았어라 | 염소 그물 치기 |굴 좆는 할머니들 | 자연은 말이 없다 | 감 말리기 |매화밭 |할머니들의 뒤풀이 |뱃머리 |손님 |폴로 이야기

책 속으로

꿈 많던 20대 초반, 나에게 찾아 오신 예수님을 만난 후 나의 삶은 BC와 AD로 나뉘어졌다. 대학 2학년 겨울방학, 대학생 선교회 수련회에서의 일이다. 예수를 만나면서 일생을 함께 할 꿈 많던 청년을 만났고 4년의 연애 끝에 우리는 결혼했다. 그 후로 내 삶을 주장한 이는 오직 예수와 남편이었다. 남편 스스로는 늘 꿈을 꾸며 산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꿈속에서 사는 사람이다. 꿈이 남편을 설레게 했고 어려움을 잊게 했고, 변화를 고요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그 남편 곁에 늘 내가 있었다.
2003년 봄, 정년을 6년 남긴 남편이 마지막 꿈의 성취를 믿음으로 확인하자면서 섬으로 들어왔다. 남편도 그랬겠지만 나는 섬생활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때까지 도회에서만 한평생을 살아왔으니, 주민 전체가 10여 명 남짓한 작은 섬이 고요함과 청명함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다.
한반도 서남쪽 먼바다에 위치한 우이도라는 낙도에 들어오게 된 지 올 해로 만 10년이다. 섬에 들어와 처음 몇 해는 마음이 서울에 있었다. 한 달에 한 차례씩은 서울을 오르내렸다. 서울에 가 익숙했던 곳에서 생필품을 사서 나르고, 단골 미장원에 들려 머리를 하고, 동네 목욕탕에서 낯익은 사람을 만나야 마음이 편해졌다. 남편과 다르게 나의 섬 생활 초기는 알맹이가 없는 껍데기일 뿐이었다. 그러면서 두어 차례 바뀌고, 새 계절을 몇 차례 겪으면서부터 놀랍게 변화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철 다르지만 변함없는 조화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대자연에 내 몸과 마음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인간이 주인공이 되어 만든 도시의 문화를 무색하게 하는 자연의 근원적인 색깔과 질서에 매료 되었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이 대지의 가슴인 어머니 흙에서 잉태 되었다는 의식이 들게 되면서부터였다.
철 따라 땅에서 솟아나고 나무에서 열리는 먹거리를 손으로 만지고 꺾어 상에 올리고, 바다가 주는 미처 알지 못했던 풍성한 해산물을 손수 거둬들이는 맛은 세상 어떤 즐거움과도 바꿀 수 없게 되었다. 몸도 마음도 영혼도 자연의 리듬에 맞춰 생활하는 자연스런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아침마다 창문을 열면 밀물처럼 밀려오는 바다가 나를 전율케 한다. 겨울 밤 칼바람을 들으면서는 내 혈관에 흐르는 피가 샘물처럼 청량해짐을 느낀다. 여름 날, 푸른 바다에 쏟아지는 눈부신 햇빛 아래 서면 나를 둘러싼 시간이 멈춰버린다. 안개가 섬을 싸안고 사라진 날은 내가 다른 행성에 떨어져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자연 속에서 창조주의 숨결과 어루만짐을 느낀다.
섬 생활에서 얻는 축복을 부족한 나의 문장으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미안할 뿐이다. 섬에게, 바람에게, 안개에게, 파도소리에게, 풀잎에게.
죽을 때까지 세월의 나이는 잊고, 자연이 주는 푸르름과 즐거움 속에서 살다 가고 싶다.
- 머리말 중.
나는 슬그머니 놀러갔다. 아무 볼 일 없이 갔는데도 언제나처럼 반겨 주고 “식사하것소?”(식사했소?) 하며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 그 바람에 예정에도 없던 말이 톡 튀어나왔다.
“ 할머니, 아침에 쌀이 떨어졌어요. 떡국을 끓이려고 했더니 계란도 없고, 별 찬거리도 없네요. ”
나도 세 손주의 할머니건만, 올 해 85세로 나에게는 어머니 같은 문 할머니께 이 정도 어리광을 못 피우랴 싶었다.
“ 왜 진작 말 안 했소? 달라면 될 텐디…. ”
도시에 살던 내가 남의 집에 가서 쌀을 달래는 숫기가 어디서 나왔을까? 모레 오 장로가 들어오면서 사올 거라고 했더니 문 할머니는 그 동안 해 먹으라며 플라스틱 바가지에 쌀을 가득 담아 주셨다. 거기다가 엊그제 딸네 집에 다녀오며 얻어온 가래떡 네 개 중 두 개, 계란 다섯 개, 양념해서 찐 우럭 한 마리까지 비닐봉지에 따로 넣어 주셨다. 일어나면서 보니 벽에 붙은 보일러 조절기에 빨간 점검등이 깜박이고 있었다. 섬에서는 한글을 읽으면 뭐든 고칠 수도 있어야 한다. 기술자가 따로 없다. 나는 보일러실에 들어가 단추 몇 개 누르고 재가동을 했다. 곧 문제없이 돌아갔다.
그 새 할머니는 마당 텃밭에서 배추 한 통과 무 몇 개를 뽑아 가져가라고 내놓으셨다. 보일러를 수리해(?) 줬다고 내 등 뒤에 대고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씨요.”라며 좋아하신다.
남편은 섬에 들어오면서 목포시장에 들려 장을 봐 왔다. 간고등어 두 손을 사왔다. 현미 30킬로그램과 손님용으로 내놓을 백미 10킬로그램을 함께 들여왔다. 오랜만에 기름에 노릇하게 구운 짭짤한 간 고등어와, 얻어온 얼갈이배추로 끓인 된장국, 그리고 밭에서 바로 캐 양념장에 버무려 먹은 달래에 입맛이 한껏 당겼다.
그날 저녁, 마루방에 들여놓은 꽉 찬 쌀 포대를 힐끗거리며 남편과 나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_ 쌀 한 포대의 행복 중 <19-20쪽>

이 곳에 내가 단골로 삼은 미장원이 있다. 미장원의 규모와 시설은 정말 보잘 것 없다. 서너 평 되는 방안의 입구 쪽에 벽 거울과 미용 의자가 자리하고, 안쪽에는 싱크대가 놓여 있어 살림도 한다. 이 좁은 곳이 언제나 머리하러 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미장원 주인은 신앙이 특심한, 최근 권사 직분을 받은 박 아주머니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미용실을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고향인 도초로 내려와 개업했다. 그분의 믿음이 신실하다는 것을 제외하고 나는 그의 과거사에 대해 잘 모른다. 박 권사의 남편은 섬에 내려와 살면서 몇 년 전, 목포와 우이도를 왕래하는 유일한 객선 ‘섬 사랑 6호’선장이다.
나는 박 권사에게 처음 머리를 자르면서 깜짝 놀랐다. 손놀림이 예사 솜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위를 든 그녀의 손은 나비가 나르듯 경쾌하기 그지없었다. 파마를 해 보았다. 시골, 그것도 섬 미장원의 솜씨가 별 것이랴 하는 마음과 섬에 살면서 촌스러운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자는 어쭙잖은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아니었다. 무슨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 후로는 서울에 갈 일이 있어도, 또 먼 데 여행할 일이 있어도 일부러 여기서 머리를 한다.
얼마 전 파마하러 도초에 나갔다. 여기 저기 일을 보고 오후에야 미장원에 들렀다. 그날따라 파마머리가 빨리 나오지 않았다. 오후 2시 10분, 목포에서 오는 객선 섬 사랑 6호를 타고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오늘 못 들어가는 것 아닐까, 생각하는데 박 권사가 전화기를 집어 든다.
“ 선장님, 여기 우이도 권사님 파마하고 있어라. 배 좀 추근추근 몰고 오씨오. ”
‘추근추근’은 섬에서 쓰는 ‘천천히’¯란 뜻의 사투리다. 그 날, 나는 문제없이 예쁜 머리를 하고 우리 섬 동리로 들어갔
다.
_ “추근추근 오씨오” 중 <59-60쪽>

도시에서 살다 내려와 신원도, 실력도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내가 곧 바로 찬양대를 지도하게 되면서 겉으로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지만, 내게 보내는 거북한 표정과 경계의 눈초리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시골 섬 교회는 찬송가 음을 틀리게 부르는 게 만연되어 있다. 물론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다. 목사님도 예외가 아니며 찬양대도 마찬가지다. 틀린 음으로 찬송가를 부르면 이상하게도 은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여기 와서 처음 알게 되었다.
단음으로 부르는 찬양대지만 기본적으로 제대로 된 음을 내기도 쉽지 않았다. 악보에 없는 음도 들어가고, 악보와 다른 음으로 편곡해서 부르는 것도 다반사였다. 언제나 정확한 음으로 불러야만 은혜롭고, 바른 찬양이 된다는 나의 고정관념이 한동안 힘들게 했다. 한 사람이라도 틀린 음을 내면 넘어가지 못했다.
이렇게 악보를 가지고 씨름하던 어느 날, 복음성가 안철호 작사 작곡의 ‘세상에서 방황할 때’¯를 연습하던 때였다. 워낙 은혜로운 곡인지라 내 마음도 울렁이고 있는데, 지휘하면서 보니 한 대원이 눈물을 흘리며 찬양을 하고 있다. 순간 내 눈에서도 기다렸다는 듯 눈물이 터졌다. 그리고 이걸 본 찬양대원들의 눈도 하나 둘씩 젖어갔다.
_ 내 잔이 넘치나이다 중 <156-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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