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91199076983 위더북
안녕하기 위해 눈을 뜹니다 (나를 잃지 않는 태도에 관하여)
(저자) 정혜덕
위더북 · 2026-06-17 125*188 · 2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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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설명
엄마로 살고, 아내로 살고, 작가로 사는 단짠 속에서도
오늘도 안녕하기 위해
발가락에 힘을 주고 선다
세상을 구하진 못해도 자신을 구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단단하고 유쾌하게, 사랑으로 붙든 자립의 태도
박총 작가 · 김장환 주교 추천!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일, 양육으로 인한 경력 단절, 생업으로의 글쓰기, 그리고 유방암 환우라는 현실까지. 예측불허인 삶의 변수들에 눌리지 않기 위해 발가락에 힘을 주고 선 일상이 담겼다.
세상을 구하진 못해도 나를 구하는 태도
정혜덕은 세 자식들에게 밥 앉히는 법을 우선 가르친 엄마이자, 매일 성실히 쓰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생업 작가이다. 또한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고, 보석을 좋아하며, 투병 중 기쁨을 위해 ‘잔나비’를 덕질하는 생활인이기도 하다. 자신을 ‘좋은 엄마’나 ‘좋은 아내’의 틀에 가두지 않으며, 나를 잃지 않는 자립의 태도로 ‘정혜덕’대로 살아간다. 흔들리고 욕망하고 피곤해하면서도 루틴 안에서 나를 먹이고 입히며 일상을 꾸리는 모습은 신선하고도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누가 깨워주지 않아도 알아서 일어나고, 몸을 씻고, 공간을 정리하고,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사람, 중요한 일은 최종적으로 자신이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람, 자신의 몸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갖는 사람. 이런 사람은 세상을 구하진 못해도 자기 자신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조금 여력이 되면 옆에 있는 사람 한두 명에게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팬티 바르게 개는 법〉 부분
생활 내공 강한, 쉽게 쓰인 글은 읽는 맛이 살아 있다. 끼니 챙기기, 팬티 개기, 가수 덕질은 물론 암 투병, 전세 생활, 주식 투자까지 일상의 대소사를 특유의 밝음과 재기발랄함으로 풀어낸다. 자녀 양육과 경력 단절, 관계와 돌봄, 불안과 질병까지, 몸과 마음과 환경의 변화를 통과하는 여성들이 자기 삶을 자연스럽게 비추어보게 된다.
작은 가치들이 모여, 무거운 인생을 가볍게 또 경쾌하게
이 책은 삶을 다시 세워가는 이야기이자 중년 여성의 현실과 흔들리는 마음을 담은 언어이다. 1부에서는 가족의 이야기가, 2부에서는 얼떨결에 유방암 환자가 되어 병을 치료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그리고 환자로서 겪은 낯선 세계가 현실감 있게 담겼다. 3부에서는 현실 내 나는 돈과 이사 이야기가 이어진다.
집에만 있어서 아까시 꽃 향기를 모른다는 안젤라가 생각났다. 꽃차례를 하나 꺾어 어머님 편에 그녀에게 보냈다. 더 많은 향기를 맡아봐야 해요. 포기하지 말아요, 친구여. ―〈내 친구 안젤라〉 중
그는 유방암 등 예측할 수 없는 삶의 변수들을 무겁지 않게 받아들인다. 어려움을 극복하려 애쓰기보다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경쾌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현실을 받아내며 반지의 반짝임과 병원 창밖 꽃 같은 일상의 아름다움에 시선을 둔다. 그래서 이 책은 삶의 무게를 말하면서도 우울하거나 절망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회복을 부르짖거나 아픈 이들에게 섣부른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대신 집에만 있어 아까시 꽃 향기를 모르는 친구 안젤라에게 꽃차례를 꺾어 보냈던 것처럼, 삶의 작은 가치를 끝내 놓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발가락에 힘을 주고 다시 서는 그의 태도는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잔잔한 용기를 전할 것이다. 특히 몸의 변화로 고민하는 이들, 경력을 이어가느라 지친 이들,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싶은 이들에게 더욱 그렇다.
[서문]
머그잔 바닥에 남은 한 모금을 마저 마시고 일어섰다. 카페에 감돌던 평온함은 사라졌다. 마을버스를 타고 아파트 단지로 돌아왔다. 단지 안 도서관, 늘 앉던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다시 글자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3개월 전에는 아무 글자도 적히지 않은 흰 화면에 마음이 눌렸다. 저걸 어떻게 채울지 막막하다가 공포감마저 들었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았다. 심호흡을 하고 첫 문장을 썼다. 마침표가 하나씩 찍힐 때마다 마음이 콩콩 뛰었다.
냄비 바닥에 눌어붙은 진득한 검댕 같았던 번아웃이 드디어 끝났다. 앞으로는 매일 설렐 일만 남았다. 아침의 평온을 박차고 나갈 용기만 있다면 말이다.
오늘도 안녕하기 위해
발가락에 힘을 주고 선다
세상을 구하진 못해도 자신을 구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단단하고 유쾌하게, 사랑으로 붙든 자립의 태도
박총 작가 · 김장환 주교 추천!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일, 양육으로 인한 경력 단절, 생업으로의 글쓰기, 그리고 유방암 환우라는 현실까지. 예측불허인 삶의 변수들에 눌리지 않기 위해 발가락에 힘을 주고 선 일상이 담겼다.
세상을 구하진 못해도 나를 구하는 태도
정혜덕은 세 자식들에게 밥 앉히는 법을 우선 가르친 엄마이자, 매일 성실히 쓰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생업 작가이다. 또한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고, 보석을 좋아하며, 투병 중 기쁨을 위해 ‘잔나비’를 덕질하는 생활인이기도 하다. 자신을 ‘좋은 엄마’나 ‘좋은 아내’의 틀에 가두지 않으며, 나를 잃지 않는 자립의 태도로 ‘정혜덕’대로 살아간다. 흔들리고 욕망하고 피곤해하면서도 루틴 안에서 나를 먹이고 입히며 일상을 꾸리는 모습은 신선하고도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누가 깨워주지 않아도 알아서 일어나고, 몸을 씻고, 공간을 정리하고,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사람, 중요한 일은 최종적으로 자신이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람, 자신의 몸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갖는 사람. 이런 사람은 세상을 구하진 못해도 자기 자신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조금 여력이 되면 옆에 있는 사람 한두 명에게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팬티 바르게 개는 법〉 부분
생활 내공 강한, 쉽게 쓰인 글은 읽는 맛이 살아 있다. 끼니 챙기기, 팬티 개기, 가수 덕질은 물론 암 투병, 전세 생활, 주식 투자까지 일상의 대소사를 특유의 밝음과 재기발랄함으로 풀어낸다. 자녀 양육과 경력 단절, 관계와 돌봄, 불안과 질병까지, 몸과 마음과 환경의 변화를 통과하는 여성들이 자기 삶을 자연스럽게 비추어보게 된다.
작은 가치들이 모여, 무거운 인생을 가볍게 또 경쾌하게
이 책은 삶을 다시 세워가는 이야기이자 중년 여성의 현실과 흔들리는 마음을 담은 언어이다. 1부에서는 가족의 이야기가, 2부에서는 얼떨결에 유방암 환자가 되어 병을 치료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그리고 환자로서 겪은 낯선 세계가 현실감 있게 담겼다. 3부에서는 현실 내 나는 돈과 이사 이야기가 이어진다.
집에만 있어서 아까시 꽃 향기를 모른다는 안젤라가 생각났다. 꽃차례를 하나 꺾어 어머님 편에 그녀에게 보냈다. 더 많은 향기를 맡아봐야 해요. 포기하지 말아요, 친구여. ―〈내 친구 안젤라〉 중
그는 유방암 등 예측할 수 없는 삶의 변수들을 무겁지 않게 받아들인다. 어려움을 극복하려 애쓰기보다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경쾌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현실을 받아내며 반지의 반짝임과 병원 창밖 꽃 같은 일상의 아름다움에 시선을 둔다. 그래서 이 책은 삶의 무게를 말하면서도 우울하거나 절망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회복을 부르짖거나 아픈 이들에게 섣부른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대신 집에만 있어 아까시 꽃 향기를 모르는 친구 안젤라에게 꽃차례를 꺾어 보냈던 것처럼, 삶의 작은 가치를 끝내 놓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발가락에 힘을 주고 다시 서는 그의 태도는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잔잔한 용기를 전할 것이다. 특히 몸의 변화로 고민하는 이들, 경력을 이어가느라 지친 이들,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싶은 이들에게 더욱 그렇다.
[서문]
머그잔 바닥에 남은 한 모금을 마저 마시고 일어섰다. 카페에 감돌던 평온함은 사라졌다. 마을버스를 타고 아파트 단지로 돌아왔다. 단지 안 도서관, 늘 앉던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다시 글자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3개월 전에는 아무 글자도 적히지 않은 흰 화면에 마음이 눌렸다. 저걸 어떻게 채울지 막막하다가 공포감마저 들었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았다. 심호흡을 하고 첫 문장을 썼다. 마침표가 하나씩 찍힐 때마다 마음이 콩콩 뛰었다.
냄비 바닥에 눌어붙은 진득한 검댕 같았던 번아웃이 드디어 끝났다. 앞으로는 매일 설렐 일만 남았다. 아침의 평온을 박차고 나갈 용기만 있다면 말이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 정혜덕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사람을 웃기는 낙으로 살고, 글 쓰는 재미로 버틴다.
분수에 맞는 삶을 살고, 그런 삶을 담은 글을 계속 쓰고 싶다.
책상과 식탁 사이를 오가며 하루를 꾸려간다.
대안학교에서 청소년을 가르쳤고, 글쓰기 교사로 일했다.
《아무튼, 목욕탕》, 《열다섯은 안녕한가요》,《집 밖은 정원》, 《뭐라도 써야 하는 너에게》를 썼고,공저로 《언니, 꼭 그래야 돼?》, 《하루, 예배의 순간》이 있다.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사람을 웃기는 낙으로 살고, 글 쓰는 재미로 버틴다.
분수에 맞는 삶을 살고, 그런 삶을 담은 글을 계속 쓰고 싶다.
책상과 식탁 사이를 오가며 하루를 꾸려간다.
대안학교에서 청소년을 가르쳤고, 글쓰기 교사로 일했다.
《아무튼, 목욕탕》, 《열다섯은 안녕한가요》,《집 밖은 정원》, 《뭐라도 써야 하는 너에게》를 썼고,공저로 《언니, 꼭 그래야 돼?》, 《하루, 예배의 순간》이 있다.
추천의 글
그의 글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삶에 대한 정직함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습니다. 이 책은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습니다. 가족을 돌보고, 자녀를 키우고, 아픔을 견디고, 다시 일어서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냉장고 속 재료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들로 자라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 군에 입대한 아들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 병과 번아웃의 시간을 지나며 다시 삶의 설렘을 회복해가는 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을 함께 전해줍니다.
_김장환 엘리야 성공회 서울교구장 주교
이제껏 커다란 이야기는 물리도록 들었습니다. 세계 평화나 인류애 같은 거대담론도 여전히 필요하지만 ‘발가락 힘을 키워주는’ 미시 서사도 비례해서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끼니 챙기기, 팬티 개기, 가수 덕질은 물론 암 투병, 전세 생활, 주식 투자까지 일상의 대소사를 특유의 밝음과 재기발랄함으로 풀어냅니다. 정혜덕 작가님 말씀대로 세상을 구하진 못해도 자기 자신은 구하고, 주위의 한둘은 도울 수 있는 이야기 말이죠. 그것이야말로 사랑하며 사는 삶의 밑절미이니까요.
_박총 《읽기의 말들》, 《듣기의 말들》, 《하루 5분 성경 태교 동화》 저자
_김장환 엘리야 성공회 서울교구장 주교
이제껏 커다란 이야기는 물리도록 들었습니다. 세계 평화나 인류애 같은 거대담론도 여전히 필요하지만 ‘발가락 힘을 키워주는’ 미시 서사도 비례해서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끼니 챙기기, 팬티 개기, 가수 덕질은 물론 암 투병, 전세 생활, 주식 투자까지 일상의 대소사를 특유의 밝음과 재기발랄함으로 풀어냅니다. 정혜덕 작가님 말씀대로 세상을 구하진 못해도 자기 자신은 구하고, 주위의 한둘은 도울 수 있는 이야기 말이죠. 그것이야말로 사랑하며 사는 삶의 밑절미이니까요.
_박총 《읽기의 말들》, 《듣기의 말들》, 《하루 5분 성경 태교 동화》 저자
목차
추천사
서문: 안녕을 위해 박차고 나갈 용기
1부 양치도 기쁨도 너의 몫
반지는 영원히
들뜨는 날에는 두 개의 반지를
명절 소사
엄마, 밥!
냉장고에 재료 있다
무자식의 꿈
팬티 바르게 개는 법
표범의 뒷모습
군인 아저씨 아니고 아들
총알이 떨어지면 끝난다
사교육비 지출 내역
양치는 너의 몫
놀아본 놈이 살아남는다
아직 안 망했어
2부 발가락에 힘을 주고 산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
줄을 서시오
참 잘했어요
누가 내 가슴에다 불을 질렀나
모르는 게 약일까
껌이다
감사의 절정
끝이 아니라 시작
먹는 일에 진심
다시 마왕을 만나다
새로운 종양
길게 누운 똥멍청이
옳지, 옳지, 잘한다!
잃어버린 체중을 찾아서
질병은 삶을 교정한다
3부 더 많은 향을 맡아봐요, 친구여
뭐니뭐니해도 머니
무리한 10년
안녕, 혜화동
좁은 집으로 들어가라
수상한 아침
빠른 인정
저도 잘 모릅니다
최후의 이사
목구멍에 걸린 안타까움
내 친구 안젤라
회피엔딩
서문: 안녕을 위해 박차고 나갈 용기
1부 양치도 기쁨도 너의 몫
반지는 영원히
들뜨는 날에는 두 개의 반지를
명절 소사
엄마, 밥!
냉장고에 재료 있다
무자식의 꿈
팬티 바르게 개는 법
표범의 뒷모습
군인 아저씨 아니고 아들
총알이 떨어지면 끝난다
사교육비 지출 내역
양치는 너의 몫
놀아본 놈이 살아남는다
아직 안 망했어
2부 발가락에 힘을 주고 산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
줄을 서시오
참 잘했어요
누가 내 가슴에다 불을 질렀나
모르는 게 약일까
껌이다
감사의 절정
끝이 아니라 시작
먹는 일에 진심
다시 마왕을 만나다
새로운 종양
길게 누운 똥멍청이
옳지, 옳지, 잘한다!
잃어버린 체중을 찾아서
질병은 삶을 교정한다
3부 더 많은 향을 맡아봐요, 친구여
뭐니뭐니해도 머니
무리한 10년
안녕, 혜화동
좁은 집으로 들어가라
수상한 아침
빠른 인정
저도 잘 모릅니다
최후의 이사
목구멍에 걸린 안타까움
내 친구 안젤라
회피엔딩
책 속으로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볼 때마다 드비어스 사의 슬로건 ‘사랑은 영원히’가 떠올랐다. 사랑이 영원해? 사랑은 변하는 거 아니었나? 독박 육아의 기나긴 터널을 지나며 사랑 때문에 내 인생은 망조가 들었다고 한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왼쪽 넷째 손가락을 보면서 그 한탄을 잠시 잊었던 순간이 꽤 많았다. _<반지는 영원히> 중
‘전 가족의 주부화’라는 대업을 이루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꽤 긴 세월 동안 교육과 설득과 투쟁을 반복했다. 얼만큼? 출산과 양육으로 경력이 단절되고 주부이자 어머니이기만 했던 시간만큼 걸렸다. 일을 하면서 전처럼 내가 온전히 식사를 준비할 수는 없었으니까 내 입장에서는 모두가 밥을 할 줄 알아야 했다. 그런데 가족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 뭐든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생각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괴상망측하게도, 가장 교육하기 어려웠던 대상은 나 자신이었다. _<엄마, 밥!> 중
1호와 2호, 그리고 3호가 스스로 양치를 하게 된 시점부터 나는 밥상머리에서 누누이 일렀다. “이제 치아 관리의 책임은 여러분 각자에게 전가되었습니다. 충치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이 말은 여러분이 각자 자신의 치과 치료비를 내야 한다는 말입니다(이 대목에서 자식들은 눈이 두 배로 커진다). 돈이 없는 척하지 마세요. 여러분에게는 평생 모은 세뱃돈이 각자의 통장에 들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50%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한밤중 기숙사에서 나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래도 충치가 생긴 것 같다며 울먹였다. 얘야, 날이 밝으면 치과에 가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뿐이었다. 이 험한 세상을 살면서 이라도 튼튼해야지. 뭐든 와작와작 깨물면서 나를 밟고 올라선 인간들을 잠시 씹기라도 해야지. 그러고는 다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기쁨에 집중해야지. 양치도 기쁨도 너의 몫이다. _<양치는 너의 몫> 중
다른 암 경험자 친구는 암은 우리에게 한 번 거쳐 가는 거라고 했다. 빨리 발견하면 병원에 자주 가서 건강해진다는 말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수도 없이 들은, “초기에 발견해서 다행이다”라는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별로였다. 객관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닌데도 속이 불편했다. 특히 암 경험이 없는 사람의 입에서 이 말이 나왔을 때는 부아가 치밀었다. ‘아니지. 난 암에 걸렸고 넌 안 걸렸으니 네가 진정 다행이지’ 하는 말이 턱밑에서 달랑거렸다. 내가 이렇게까지 배배 꼬인 사람이었나? _ <줄을 서시오> 중
“선생님, 사실은 제가 오늘 아침에 집 근처 대학 병원에 전화를 했어요. 이틀 뒤에 진료 예약 자리가 하나 비어 있어서….” 그때 의사가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참 잘하셨어요!” 난데없지만 진심 어린, 감정이 온통 드러난 칭찬이었다. 옆에 서 있던 간호사가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였다. 의사는 어느 교수를 예약했냐고 물었고, 나는 B 교수라고 답했다. 의사는 B 교수님도 수술 잘하신다고, 수술 잘 받으시라고 인사를 건넸다. 나는 당황스럽고 쑥스러우면서도 뿌듯했다. 어머, 나 잘했나봐! 나는 힘이 필요했구나. _ <참 잘했어요> 중
의사의 웃음을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애를 쓰는 내 모습이 가장 마뜩잖았다. “교수님, 제가 웃긴가요? 아니면 제 질문이 웃긴가요? 평소에 사람을 웃기는 낙으로 삽니다만, 어느 포인트에서 웃긴 건지 모르겠네요. 좀 알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나를 수술할 의사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환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에게는 전문적인 의학 지식과 그 지식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다. 그는 나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기에 나는 그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다. 그는 신이 아니지만, 나는 그에게 내 생명을 좌우할 권한을 일임했으므로 그는 신의 역할을 대행한다. 신과 같은 의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은 환자가 있을까. _ <누가 내 가슴에 불을 질렀나> 중
돈도 돈이지만 채소를 섭취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적잖이 든다. 장을 보고 씻고 다듬는 건 기본이다. 나물로
먹으려면 여기에 데치거나 볶고 양념을 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바로 그 지점부터 생각을 하기가 싫어졌다. 내가 먹을 채소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 같은데 가족들의 식사는 어떻게 하지? 주방에서 에너지를 다 써버리면 글은 언제 쓰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_<먹는 일에 진심> 중
당연히 글은 써지지 않았다. 새 글을 쓰려고 계속 시도했고 몇 편의 에세이를 썼지만 쓰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결과물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문단을 완성하는 데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지렁이가 기어가는 속도로 쓴 글에서는 녹즙 맛이 났다. 기쁘고 즐거운 경험이 없으니 쓰디쓴 글이 나올 수밖에. 글이 겉돌면서 다시 수면 흐름이 꼬이기 시작했다. 약효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 ‘도대체 독자에게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 질문 앞에서 나는 한참 망설였다. 진실을 말하면 그 진실이 나에게 팩트 폭력으로 돌아올 것만 같았다. 내 안에 가득한 말은 한 마디, 무섭다는 단어로 모였다. 우울증이 시작되었으므로. _<길게 누운 똥멍청이> 중
2023년 여름은 역대급으로 길고, 덥고, 습했다. 그 습하고 더운 나날을 보내는 동안에 틈만 나면 우울감과 무기력감이 찾아왔고 울컥 버튼이 눌리기라도 하면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성곽길에 올랐고, 병원에서 안내받은 식단을 유지했고, 수업 준비를 했고, 방학을 맞은 자식들의 삼시 세끼를 차렸다. 옳지, 옳지. 여름을 버텨냈다. _<옳지, 옳지, 잘한다!> 중
교회 가는 길에 아까시나무 꽃이 주렁주렁 달린 가지 밑을 지났다. 달큰한 꽃 냄새가 위에서 쏟아졌다. 집에만 있어서 아까시 꽃 향기를 모른다는 안젤라가 생각났다. 꽃차례를 하나 꺾어 어머님 편에 그녀에게 보냈다. 더 많은 향기를 맡아봐야 해요. 포기하지 말아요, 친구여. 안젤라는 그러겠다고 했다. _<내 친구 안젤라> 중
‘전 가족의 주부화’라는 대업을 이루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꽤 긴 세월 동안 교육과 설득과 투쟁을 반복했다. 얼만큼? 출산과 양육으로 경력이 단절되고 주부이자 어머니이기만 했던 시간만큼 걸렸다. 일을 하면서 전처럼 내가 온전히 식사를 준비할 수는 없었으니까 내 입장에서는 모두가 밥을 할 줄 알아야 했다. 그런데 가족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 뭐든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생각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괴상망측하게도, 가장 교육하기 어려웠던 대상은 나 자신이었다. _<엄마, 밥!> 중
1호와 2호, 그리고 3호가 스스로 양치를 하게 된 시점부터 나는 밥상머리에서 누누이 일렀다. “이제 치아 관리의 책임은 여러분 각자에게 전가되었습니다. 충치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이 말은 여러분이 각자 자신의 치과 치료비를 내야 한다는 말입니다(이 대목에서 자식들은 눈이 두 배로 커진다). 돈이 없는 척하지 마세요. 여러분에게는 평생 모은 세뱃돈이 각자의 통장에 들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50%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한밤중 기숙사에서 나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래도 충치가 생긴 것 같다며 울먹였다. 얘야, 날이 밝으면 치과에 가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뿐이었다. 이 험한 세상을 살면서 이라도 튼튼해야지. 뭐든 와작와작 깨물면서 나를 밟고 올라선 인간들을 잠시 씹기라도 해야지. 그러고는 다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기쁨에 집중해야지. 양치도 기쁨도 너의 몫이다. _<양치는 너의 몫> 중
다른 암 경험자 친구는 암은 우리에게 한 번 거쳐 가는 거라고 했다. 빨리 발견하면 병원에 자주 가서 건강해진다는 말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수도 없이 들은, “초기에 발견해서 다행이다”라는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별로였다. 객관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닌데도 속이 불편했다. 특히 암 경험이 없는 사람의 입에서 이 말이 나왔을 때는 부아가 치밀었다. ‘아니지. 난 암에 걸렸고 넌 안 걸렸으니 네가 진정 다행이지’ 하는 말이 턱밑에서 달랑거렸다. 내가 이렇게까지 배배 꼬인 사람이었나? _ <줄을 서시오> 중
“선생님, 사실은 제가 오늘 아침에 집 근처 대학 병원에 전화를 했어요. 이틀 뒤에 진료 예약 자리가 하나 비어 있어서….” 그때 의사가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참 잘하셨어요!” 난데없지만 진심 어린, 감정이 온통 드러난 칭찬이었다. 옆에 서 있던 간호사가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였다. 의사는 어느 교수를 예약했냐고 물었고, 나는 B 교수라고 답했다. 의사는 B 교수님도 수술 잘하신다고, 수술 잘 받으시라고 인사를 건넸다. 나는 당황스럽고 쑥스러우면서도 뿌듯했다. 어머, 나 잘했나봐! 나는 힘이 필요했구나. _ <참 잘했어요> 중
의사의 웃음을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애를 쓰는 내 모습이 가장 마뜩잖았다. “교수님, 제가 웃긴가요? 아니면 제 질문이 웃긴가요? 평소에 사람을 웃기는 낙으로 삽니다만, 어느 포인트에서 웃긴 건지 모르겠네요. 좀 알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나를 수술할 의사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환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에게는 전문적인 의학 지식과 그 지식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다. 그는 나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기에 나는 그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다. 그는 신이 아니지만, 나는 그에게 내 생명을 좌우할 권한을 일임했으므로 그는 신의 역할을 대행한다. 신과 같은 의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은 환자가 있을까. _ <누가 내 가슴에 불을 질렀나> 중
돈도 돈이지만 채소를 섭취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적잖이 든다. 장을 보고 씻고 다듬는 건 기본이다. 나물로
먹으려면 여기에 데치거나 볶고 양념을 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바로 그 지점부터 생각을 하기가 싫어졌다. 내가 먹을 채소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 같은데 가족들의 식사는 어떻게 하지? 주방에서 에너지를 다 써버리면 글은 언제 쓰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_<먹는 일에 진심> 중
당연히 글은 써지지 않았다. 새 글을 쓰려고 계속 시도했고 몇 편의 에세이를 썼지만 쓰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결과물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문단을 완성하는 데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지렁이가 기어가는 속도로 쓴 글에서는 녹즙 맛이 났다. 기쁘고 즐거운 경험이 없으니 쓰디쓴 글이 나올 수밖에. 글이 겉돌면서 다시 수면 흐름이 꼬이기 시작했다. 약효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 ‘도대체 독자에게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 질문 앞에서 나는 한참 망설였다. 진실을 말하면 그 진실이 나에게 팩트 폭력으로 돌아올 것만 같았다. 내 안에 가득한 말은 한 마디, 무섭다는 단어로 모였다. 우울증이 시작되었으므로. _<길게 누운 똥멍청이> 중
2023년 여름은 역대급으로 길고, 덥고, 습했다. 그 습하고 더운 나날을 보내는 동안에 틈만 나면 우울감과 무기력감이 찾아왔고 울컥 버튼이 눌리기라도 하면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성곽길에 올랐고, 병원에서 안내받은 식단을 유지했고, 수업 준비를 했고, 방학을 맞은 자식들의 삼시 세끼를 차렸다. 옳지, 옳지. 여름을 버텨냈다. _<옳지, 옳지, 잘한다!> 중
교회 가는 길에 아까시나무 꽃이 주렁주렁 달린 가지 밑을 지났다. 달큰한 꽃 냄새가 위에서 쏟아졌다. 집에만 있어서 아까시 꽃 향기를 모른다는 안젤라가 생각났다. 꽃차례를 하나 꺾어 어머님 편에 그녀에게 보냈다. 더 많은 향기를 맡아봐야 해요. 포기하지 말아요, 친구여. 안젤라는 그러겠다고 했다. _<내 친구 안젤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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