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91193664186 도서출판 지우
티끌은 어떻게 별이 되었나 (하나님을 기다리는 가장 보통의 믿음)
(저자) 임정우
도서출판 지우 · 2026-09-29   115*188 · 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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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설명

이 책은 무신론과 근본주의를 거쳐 의심과 질문, 흔들림과 기다림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바라보려는 한 그리스도인의 여정을 담은 신앙(신학) 에세이다. 저자는 자신의 일상에, 여러 성경 인물들의 이야기와 철학, 과학에 대한 사유 등을 더해 하나님의 침묵과 인간의 실존적 고난을 섬세하게 다루며, 성급한 확신이 아닌 의심과 모호함의 길을 걷는 이들의 믿음이야말로 하나님을 기다리는 가장 보통의 믿음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명확한 정답에 지친 이들에게, 삶의 비참함과 회의 속에서도 진실한 길을 찾는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 임정우
숭실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학원 강사를 거쳐 공무원으로 전직해 현재 주민센터 민원대에서 일하고 있다. 한때는 수와 기호의 세계에서 답을 찾았지만, 지금은 저마다의 사연을 마주하며 정답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삶을 배워가고 있다.
신앙에서도 쉽게 답을 믿지 않는다. 하나님을 너무 확실히 안다는 사람 앞에서는 의심이 생기고, 하나님은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 앞에서는 도리어 그 확신을 의심한다. 삶과 신앙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며 글을 쓰고 있다.

추천의 글

저자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기에 글보다는 삶을 먼저 봅니다. 그래서 더욱 이 글의 진실성을 보증합니다.
그는 연약합니다. 삶에서 벌어지는 고통을 넘기지 못해 두들겨 맞습니다. 그는 처량합니다. 갈등이나 아픔을 호젓이 받아낼 수 없어서 도망을 말합니다. 또 그는 우유부단합니다. 자기 고집과 누가 봐도 깔끔한결정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짠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는 진실합니다. 자기 내면에서 올라오는 질문을 허투루 넘기지 못해 자기 심연 속으로 파고듭니다. 신에게 항복한 척할만한데도 그러질 않습니다. 그의 내면에는 욥처럼 허리띠를 동여매고 대장부처럼 서고 싶은 구도자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진리를 향한 심연의 질문이 오랜 시간의 글쓰기로 이어졌습니다. 암흑과 혼돈 가운데 그의 비명소리는 하늘에 닿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의 표현대로 티끌이 별처럼 반짝입니다. 빛의 근원이신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새벽, 고통과 눈물로 떨구는 저자의 삶이 반짝입니다.
이 책은, 그래서 전부 목격담입니다. 하나님을 확신하지 못한 채 역설적으로 하나님의 깊은 곳을 깨달은 자의 목격담. 그 생생한 간증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_우성균 행신 침례교회 목사

하나님이 계시다면, 왜 이렇게 오래 침묵하실까요? 신앙생활을 하면서 이 질문 앞에 한 번도 서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이 책은 그 물음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끌어안은 기록입니다.
저자는 무신론에서 근본주의로, 다시 방황하는 신앙으로 옮겨 다닌 자신의 궤적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국 하나님의 부재와 침묵, 그 한복판에서 오히려 하나님을 가장 순수하게 만난다는 역설에 도달합니다. 이 책은 답을 쥐어주는 책이 아니라, 질문을 안고 견디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고난을 다루는 신학은 오래전부터 두 길 사이에서 흔들려왔습니다. C. S. 루이스가 『고통의 문제』에서 펼쳤던 이성의 길과, 정작 아내를 잃고서는 『헤아려 본 슬픔』을 써야 했던 침묵의 길. 이 책은 후자에 훨씬 가깝습니다. 저자는 욥의 친구들처럼 인과율로 하나님을 설명하려 들지 않습니다. 대신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한 ‘자기 자신에게로 굽은 인간’(homo incurvatus in se)의 자리에서, 시몬 베유가 『중력과 은총』에서 던졌던 질문을 다시 던집니다. 위로의 언어가 아니라 신학의 언어로 고난을 다룬다는 점, 이것이 이 책을 흔한 신앙 에세이와 갈라놓는 지점입니다.
책 한가운데서 이런 문장을 만났습니다. “티끌만이 창조의 새벽을 목격했습니다. 티끌보다 먼저 하나님을 만난 피조물은 없습니다.” 이 문장 앞에서 저는 책장을 덮고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습니다. 연약함이 수치가 아니라 창조주와 가장 가까운 자리라는 것, 이것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신학입니다.
은혜를 머리로는 아는데 삶에서 작동하지 않는 사람, 하나님의 침묵 앞에서 신앙을 접고 싶었던 사람, 그리고 강단에서는 확신을 선포하면서 정작 자신의 물음 앞에서는 도망쳤던 목회자. 이 책은 바로 그들을 향해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 역시 그 마지막 자리에 있었습니다. 설교자로 살아온 세월 동안 확신을 신앙의 증거로 착각해 왔다는 걸, 이책 앞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읽으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티끌 같은 하루 앞에, 이 책을 펼쳐 놓으십시오.
_김관성 낮은담 침례교회 목사

이 책을 보니 저자 안에서 권사님과 신학자가 엄청 치고받고 싸웠던 게 확실해 보입니다. 권사님의 맹목적인 믿음과 신학자의 날카로운 해석, 둘 중 누구 하나가 이겼다면 이 책은 이렇게 쓰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책은 마치 그 싸움이 잠잠해진 뒤, 둘 사이에 펼쳐지는 대화와도 같습니다. 사실 가장 뛰어난 신학자가 모르는 게 제일 많고, 어느 할머니 권사님의 맹목적인 사랑 고백이 가장 정확한 주석일 때가 있지요.
지질한 사람이 “그래, 나 지질하다. 왜!”라고 말해버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됩니다. 이 책은 그 순간에 가깝습니다.
신과 인간, 옳음과 그름, 율법과 자유, 욥과 그의 친구들, 우월감과 열등감, 별과 티끌, 이상과 현실, 믿음과 의심, 가인과 아벨, 응답과 묵묵부답, 진짜와 가짜…. 이 사이에서 저자는 여전히 뜨겁게 묻고, 그렇게 물으며 살아갑니다. 그 치열한 질문에 아직 정답을 찾지는 못했을지라도, 그는 정직하고 담담하게 그것을 기록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저자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당장 분명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리고 언제나 그 불확실함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사랑을 역설하는 저자의 위로를 많은 독자들이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_김정열 수박교회 목사

저자는 남달랐습니다. ‘삼다’라는 곳에서 제게 글쓰기를 배울 적부터 작가님의 글은 반짝였습니다. 목회자나 모태신앙인의 뻔한 방식과는 달랐습니다.
이 책 역시 좀처럼 다루지 않는 ‘신의 부재와 생의 불가해성’을 신선한 시각과 진솔한 언어로 이야기합니다. 중간중간 익숙한 성구를 가져와‘이렇게 새뜻하게 풀어낸다고?’ 감탄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예수 믿으면 글 버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작가 세계에서 떠도는 가장 슬프고도 부끄러운 어록이지요. 발랄한 상상력으로 참신한 글을 뽑아내던 사람이, 교회를 다니면서 마치 답을 다 아는 듯 실존이 결핍된 문장을 쓰게 된다는 조롱입니다.
반면 저자는 긴 세월 무신론자로 산 덕분(?)인지 몰라도 삶을 핍진하게 담을 줄 압니다. 헬무트 틸리케가 말한 평신도적 직관(하나님 자녀의 영적 본능)이 풍부하지요. 책장을 넘기며 몇 번 혼잣말을 했습니다.
“예수 믿어서 글이 사는데?”
티끌에서 뒹굴면서도 별빛을 간직한 글을 읽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노릇이지요. 우리는 어쩔 수 없는 티끌 같은 존재지만 그 티끌이 별먼지(stardust)임을 망각하지 않는다면(그걸 믿음이라고 부르지요) 거기에 구원이 있음을, 이 책은 나직하게 들려줍니다.
_박총 작가, 글 선생, 자비량 목회자

십 년 전, 한 사람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저와 동년배인 데다 생각의 결이 비슷해서 좋았습니다. 심지어 이름의 두 글자가 겹쳤습니다. 그래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십 년이라는 긴 세월 생각과 마음을 나누며 이 친구가 가진 사유의 깊이가 범상치 않음을 수시로 느꼈고, 그 사유가 펼쳐지는 장이 하나님 앞에서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신앙임을 보았습니다. 제게는 이 친구의 글이 활자와 문장의 단순한 나열이 아니었습니다. 뜨거운 몸부림, 하나님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고 그래서 삶의 명확한 의미를 찾고 싶어하는 극렬한 사투였습니다.
이 친구는 스스로를 신앙의 방황자로 여기는 듯했습니다. 어떤 날은 울부짖는 욥처럼 보이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다시스로 향하는 배에 올라타는 요나를 떠오르게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떨어져 지켜보는 제게, 그 길은 방황이라기보단 순례길이었습니다. 하나님 앞에 먼지와 같은 인생, 티끌 같아 보이는 자신의 삶을 끌어안고 힘겹지만 멈추지 않는 걸음으로 나아가는 친구의 여정을 가슴 깊이 응원하며 그 걸음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친구의 사유와 몸부림의 끝이 공허함이 아니라 진정 살아계시는 하나님 안에서의 충만함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한 편으로는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란 확신을 가졌습니다. 티끌이 아니라 처음부터 별과 같이 빛나는 친구의 삶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십 년을 봐온 친구의 글이 한 데 엮여 책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가 가진 찬란한 사유의 편린들이 티끌처럼 흐트러져 사라지는 게 싫었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친구의 몸부림을, 하나님을 찾아가는 그 조용하면서도 격렬한 여정을 들여다봤으면 했습니다. 다시스를 향해 발걸음을 떼지만 사실은 니느웨로 가고 있던 요나처럼, 툴툴거리면서도 그 패역한 성읍에서 야훼의 이름을 외쳤던 그 반항적인 선지자처럼 저자는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마침내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세웠습니다. 기왓장으로 온몸을 긁으며 태어난 날을 저주하던 욥이 결국 창조주를 수용했듯 제 친구는 마침내 눈물과 고통의 갈대바다를 건너 스스로 티끌이라 고백하는 자리에까지 나아갔습니다. 신 앞에 찌꺼기 같은 인생이라며 자조하지만 친구인 제눈에 그는 결코 흩날리는 먼지가 아닙니다. 만물에 충만한 창조주의 빛을 따스하게 공명해내는 별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이 책이 신앙의 진지하고 힘겨운 순례길을 걷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가 닿기를 바랍니다. 믿음을 도구나 핑계로 삼지 않고, 하나님과 이웃앞에서 위선의 가면을 쓰지 않는 사람들, 신앙이란 쉬운 공식이 아니라 어렵게 떼는 발걸음임을 깨달은 이들에게 저자의 따듯한 글이 때로는 큰 위로로, 또 어떤 때는 어두운 길 위를 은은하게 비추이는 별빛으로 다가가기를.
_정우조 『모든 이야기의 시작, 신화에서 계시로』 저자

누군가 제게 ‘잘 쓴 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 사람만이 쓸수 있는 글이라고 답합니다. 사람의 유한함은 때로는 하찮게 보이지만, 동시에 그 무엇으로도, 그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함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사람이 서 있는 특별한 좌표에서 정직하게 써 내려간 일종의 증언을 보고 싶어합니다.
이 책에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짐짓 확신의 자리로 서둘러 나아가지 않고, 오랫동안 버티고 견디며 성실하게 질문해 온 한 사람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을 때는 제 자신이 티끌과도 같다 여기던 때였습니다. 일하는 도중 틈틈이 읽으며 저자의 질문과 묵상에 공명했습니다. 티끌과도 같은 나를 상대로 대우하시되, 분명한 확신의 길이 아닌 끝없는 어둠과 의심에 직면케 하시고, 그 어둠속에서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사실 앞에 당도케 하시는 하나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믿지만 뜻하지 않은 인생의 어둠 속에서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책은 귀한 친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_조재형 목사

저자는 야곱처럼 하나님과 집요하게 씨름합니다. 요나처럼 괴로워하고, 욥처럼 신음하며 자신의 질문을 쉽게 거두지 않습니다. 고통 가운데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믿을 수 있는가? 나는 존재해도 되는가? 우리는 왜 없지 않고 있는가? 이 책은 그렇게 저자가 피 흘리기까지 싸운 흔적을 담아낸 눈물 모음집입니다.
저자는 쉬지 않고 질문하고, 그 질문 앞에서 자신이 발견한 대답을 조심스럽게 건넵니다. 그러나 어느 하나를 두고 “이게 정답이야”라고 가르치거나 강요하지 않습니다. 또 의심, 원망, 실패, 허무, 약함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들이 하나님과 타자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따스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숨어 계시지만 떠나 계시지는 않는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를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지 않으시고, 우리 삶 가운데 들어오시는 하나님을 보게 됩니다. 쉽게 이해하거나 소유할 수 없지만, 우리의 존재를 긍정하시는 하나님의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저자는 이 책을 ‘개인적 고백의 묶음’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책, 인간 임정우의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모든 구도자들의 고민을 담은 서사입니다. 쉽사리 답을 주지 않지만, 우리와 나란히 걸으며 같이 질문하고 같이 고뇌하는 책입니다.
_하늘샘 칼빈신학교 교수

유년기에게 사랑이란 내 편이 되어주고 필요를 채워주는 따스한 울타리일 겁니다. 청춘들에게 사랑이란 상대를 향해 타오르는 뜨거운 열망일 것이고요. 그렇다면 수많은 시간을 지나 황혼에 이른 어르신들에게 사랑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이처럼 우리가 이해하는 사랑의 이해는 시기나 상황마다 각기 다릅니다. 분명 어린 시절의 사랑은 아름답고 낭만적이었습니다. 다만 인생의 무수한 사건을 거쳐가며 사랑은 늘 좌초될 위기에 처하지요. 신뢰와 불신을 오락가락합니다. 불신 속에서 불안해하기도, 회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늘 거친 풍파 속에서도 살아남습니다. 오히려 더욱 깊어지고 넓어집니다.
본서는 저자가 숙고한 사랑, 인생, 신앙에 대한 깊은 묵상입니다. 저자의 신앙은 누구보다도 선명하고 확실한 데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상실을 겪습니다. 불신을 마주합니다. 불안과 회피의 세월을 보냅니다. 하지만 끝내 그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랑을 마주하게 되지요. 확신이 불신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불신이 신뢰를 이끕니다. 확신이 상실 때문에 무너졌고, 불안과 회피의 세월을 보냈지만, 이제는 상실 너머의 신뢰를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유독 역설을 곱씹으며 파고듭니다.
한때 확신했던 것들이 흔들려 길을 잃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티끌이 끝내 별이 되었노라’는 저자의 이 진지한 고백은 현재의 흔들림 또한 아름답게 마주할 용기를 허락할 것입니다.
_홍동우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 저자

목차

들어가며 13

_나는 누구인가
1 내 안의 왕들 19
2 가인의 후예 24
3 죄와 허무 28
4 나는 누구인가 31
5 삶의 신비 39
6 가인과 아벨의 화해 42

_신앙과 일상
7 허기짐의 영성 49
8 오온이 공하다 52
9 상실에 대하여 58
10 성금요일과 세월호 64
11 퍼즐 한 조각 68
12 거룩한 질투 72
13 코헬렛의 지혜 76
14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80
15 판단을 넘어서 84
16 바벨탑과 다락방 89
17 공동체적 성경 읽기 93
18 첫사랑이 만들어준 시선 96

_티끌과 재
19 요나의 분노 101
20 욥의 원망 105
21 허리를 동인 욥 109
22 고난의 평범성 113
23 티끌과 재 116
24 티끌을 넘어서 120
25 까닭없음을 넘어서 124
26 종말을 넘어서 128

_빛과 어둠
27 중력과 은총 135
28 어둠을 지나치지 않는 소망 138
29 어둠의 왕 143
30 어둠에게 주어진 이름 147
31 다시 밤이 없겠고 151

_숨은 신
32 끊어짐의 신비 159
33 숨어 보시는 아버지 165
34 버림받은 장소 171
35 보이지 않는 하나님 175
36 겨자씨와 하나님 나라 180
37 자기를 비우는 창조 182
38 참된 자유, 세르시의 선택 189
39 이해할 수 없는 중에도 194

_함께 걸어감
40 우리 203
41 걸음의 의미 209
42 사랑의 역사 214
43 십자가를 메고 가는 일 218
44 하나님의 시선 222
45 믿어지는 은혜 227

나가며 233

책 속으로

우리는 모순을 품고 살아갑니다. 없애려 할수록 다른 자리에서 다시 솟아나는 주름처럼, 삶의 모순은 쉽게 펴지지 않습니다. 사랑과 용서, 자비와 긍휼은 모두 그런 모순을 품은 개념들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그 모순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창조적으로 끌어안습니다.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니 말입니다. 우리는 이 모순을 불편해합니다. 충분히 이해할만합니다. 그러나 모순의 길을 걸을 때에만 볼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이 존재합니다. (37)

가인은 하나님께 불경하게 말했습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창 4:9) 헤세는 그의 주체적인 선언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흘러 그리스도는 하나님께 나지막이 답했습니다. “네. 저는 제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다.” (46)

짧지만 영원을 가르는 고독의 시간을 지나, 그리스도는 자신을 십자가에 매단 이들을 용서하셨습니다. 그는 빛의 자리로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어둠의 바닥에 머무르셨습니다. 우리는 과연 빛과 어둠 중 어디에 속한 자들일까요? 확신과 의심, 평안과 불안 중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나요? 주님은 늘 확신과 평안에서만 우리를 기다리고 계실까요? (67)

저는 하나님 나라를 거대한 완성품보다, 서로 다른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그림으로 상상해 봅니다. 누구보다 커질 필요도, 전체가 되기 위해 타자를 밀어낼 이유도 없습니다. 제가 전체가 아니라는 사실은 때로 초라하지만, 동시에 안도감을 줍니다. 저는 한조각이면 충분합니다. 그래야 다른 퍼즐들과 함께 할수 있으니까요. (71)

우리를 인생으로 내던진 존재는 무책임한 신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돌보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무지와 인생의 허무함 가운데서도 일어나오늘 하루를 덤덤히 걸어갑시다. 그렇게 덜어내고 또 덜어낸 허무의 끝에서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똑바로 바라봅시다.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무지를 아는 지혜와 인생을 통달하여 얻게 될 겸허함 그 이상입니다. 허무와 공허가 씻어 가지 못한 기초가 있습니다. 코헬렛은 그것을 지혜라 부릅니다. (79)

티끌만이 창조의 새벽을 목격했습니다. 티끌보다 먼저 하나님을 만난 피조물은 없습니다. 하나님은 금이나 보석이 아니라 티끌(흙)을 빚어 인간을 지으셨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연약함을 깊이 직면한 사람은 창조주의 손길에 가장 가까이 서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연약함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오히려 창조주의 손길 가까이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밀려나고 절망한 사람의 눈동자에는 먼지 위에 손가락을 대었던 창조주의 지문이 남아 있을지 모릅니다. (119)

사사키 아타루의 말처럼, 나와 세계를 동일시한 채 그릇된 종말론을 취하는 일은 위험합니다. 이는 하나님처럼 되려는 또 하나의 반역입니다. 도리어 종말의 때를 모르고, 구원의 합격선을 모른 채 살아가는 겸허함이 필요합니다. ‘겸허함’이라는 말이 다소 건조하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겸허함이 우리에게 살아갈 힘과 소망을, 그리고 가난과 슬픔 가운데서도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천국을 향한 소망의 공백을 허락합니다. (131)

빛이 처음 비추일 때, 어둠은 모두 사라질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빛이 어둠을 완전히 삼키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위엄 있는 손길로 빛과 어둠을 나누시고, 어둠을 없애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어둠에게도 새로운 이름을 주십니다. 이제 어둠은 ‘밤’이 됩니다. 버려져야 할 존재가 아니라, 하루를 지키는 자리로 부름 받습니다. (150)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 부인의 과정을 요구합니다. 참된 사랑은 은유적으로 십자가에 달리는 일과 같습니다. 예수님이 그러셨듯, 저도 부서져야 누군가가 제안에 스며들 수 있습니다. 나의 욕망과 단절되어야 그 자리에 타자를 초청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겪는 하나님의 부재는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생깁니다. 하나님이 느껴지지 않는 틈, 그 절망의 공간은 사실 주님과 함께 끌어안아야 할 ‘또 다른 한 사람’을 위한 자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63-164)
그렇기에 우리도 자신의 옳음으로 자신을 끊임없이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이 먼저 자신을 내어주셨기에, 우리도 자기 의를 움켜쥔 손을 조금씩 놓을 수 있습니다. 내가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할수록 커지는것이 아니라, 내가 비운 자리만큼 다른 존재와 함께할 세계가 넓어집니다. 우리는 신이 되고자 할 때 도리어 괴물이 될지 모릅니다. 신이 되기를 포기할 때에야 비로소 하나님을 닮게 될 것입니다. (187-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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