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91199437685 비아
아바 주님의 기도를 통해 배우는 그리스도인의 기도
(저자) 이블린 언더힐 / 황윤하
비아 · 2026-01-27   120*180 · 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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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대표하는 그리스도교 영성가 이블린 언더힐의 마지막 저서
주님의 기도에 대한 창조적이고도 영감 넘치는 해설서


그리스도교 영성의 지형도에서 이블린 언더힐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그녀는 1911년 기념비적인 저서 『신비주의』Mysticism를 통해 당시 병리적 현상이나 사적인 체험으로 치부되던 신비주의를 학문 탐구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그 뒤에 언더힐이 걸은 길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신비나 경건에 무게를 둔 이들이 으레 택하곤 했던 고독한 수도의 길, 혹은 열광적인 집회를 이끄는 인도자의 길을 그녀는 택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성육신과 예배에 깊은 관심을 두었고, 점차 교회라는 공동체에 헌신했다. 신비주의를 지성의 영역으로 구원해낸 업적만큼이나, 개인주의 성향의 신비가에서 공동체적인 영성가로 나아갔다는 점에서도 그녀는 독보적이다.
『아바』는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40년,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출간한 마지막 책이다. 한때 인간 의식의 가장 높은 차원과 숭고한 신비 체험을 방대한 문헌으로 증명해 보였던 영성가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붙든 본문이 다름 아닌 ‘주님의 기도’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녀에게 이 기도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시작되는 출발점이자, 온갖 신비의 산을 등반한 뒤에 다시 돌아와야 할 궁극의 귀결점이었다.
이 책에서 언더힐은 주님의 기도를 기계적인 암송문이 아닌, 영혼을 빚어내는 정교한 건축물로 재설계한다. 그녀는 주기도문의 구조가 ‘하느님의 영광’을 향한 전반부와 ‘인간의 필요’를 아뢰는 후반부로 나뉘어 있음에 주목한다. 이는 초기 그녀가 몰두했던 수직의 차원(초월)과 후기 그녀가 천착했던 수평의 차원(성육신)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기도 하다. 언더힐은 우리가 자신을 중심에 두고 바삐 움직이는 삶에서 벗어나, 철저히 하느님 중심의 실재로 이동할 것을 주문한다. 그녀는 기도의 속살을 하나하나 살피며 인간의 비참함 속으로 들어오셔서 새롭게 빛나는 영광, 그리고 철저한 사랑과 용서라는 형태로 드러나는 하느님의 영광을 힘 있게 이야기한다.
허무주의가 팽배한 현실, ‘나’와 ‘너’를 가르고 생존에 급급하게 만드는 전쟁 같은 상황 속에서도 초월과 일상을 엮어내며 사랑과 용서를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는,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무엇을 보고, 듣고, 말하며 되새겨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바』는 이블린 언더힐이라는 거대한 영혼이 지상에 남긴 유언과도 같다. 그녀는 우리에게 화려한 영적 체험이나 난해한 신학 이론을 좇지 말고, 그리스도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로 돌아가라고 권면한다. 거기에 우주의 신비와 인간의 구원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길을 잃었을 때, 혹은 너무 멀리 왔다고 느낄 때, 이 책은 우리가 다시 시작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 바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부르는 그 자리다.


[출판사 서평]

가장 단순한 기도로의 위험한 회귀
20세기를 대표하는 그리스도교 영성가 이블린 언더힐의 백조의 노래


20세기 영성 신학의 지형도에서 이블린 언더힐이 점유한 위치는 실로 독보적이다. 그녀는 1911년 기념비적인 저서 『신비주의』를 통해 당시 심리학적 병리 현상이나 사적인 황홀경 쯤으로 치부되던 신비주의를 지성과 학문 탐구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녀의 공헌은 단지 이론을 정립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얀 반 루이스브뢰크와 같은 플랑드르의 거인들을 비롯해,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노리치의 줄리안 등 먼지 쌓인 서고 속에 잠들어 있던 중세의 영적 스승들을 20세기 영어권 독자들의 서재로 ‘복권’시킨 장본인이다. 로마 가톨릭의 낡은 유산이라며 외면받던 이들의 본문을 현대 언어로 번역해 낸 그녀의 집요한 ‘중개’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영적 풍요의 상당 부분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토록 화려한 지적 성취를 뒤로하고, 그녀가 걸어간 후반부의 여정은 사뭇 흥미롭다. 신비나 경건에 천착한 이들이 으레 택하곤 했던 고독한 수도자의 길을 그녀는 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열광적인 집회를 이끌지도 않앗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성육신과 교회, 그리고 성사에 깊이 파고들었고, 공동체에 투신했다. 개인주의적 신비가에서 공동체적인 영성가로 나아간 이 극적인 전환은, 그녀가 단순히 과거를 탐구하는 학자가 아니라 ‘지금, 여기’를 살아내는 실천가였음을 증명한다.
1940년,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가 런던의 하늘을 뒤덮었을 때 출간된 그녀의 유작 『아바』Abba는 이러한 영적 여정이 도달한 최종 목적지를 보여준다. 평생을 바쳐 인간 의식의 가장 높은 차원과 난해한 신비 체험을 방대한 문헌으로 증명해 보였던 이 영성가-학자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붙든 본문이 다름 아닌 가장 기초적인 ‘주님의 기도’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녀에게 이 기도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시작되는 출발점이자, 온갖 신비의 산을 등반한 뒤에 다시 돌아와야 할 궁극의 귀결점, 곧 ‘제2의 순수’였다.
이 책에서 언더힐은 주님의 기도를 기계적인 암송문이 아닌, 영혼을 빚어내는 정교한 건축물로 재설계한다. 그녀는 주기도문의 구조가 ‘하느님의 영광’을 향한 전반부와 ‘인간의 필요’를 아뢰는 후반부로 나뉘어 있음에 주목한다. 이는 초기 그녀가 몰두했던 수직의 차원(초월)과 후기 그녀가 천착했던 수평의 차원(성육신)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기도 하다. 언더힐은 우리가 자신을 중심에 두고 바삐 움직이는 삶에서 벗어나, 철저히 하느님 중심의 실재로 이동할 것을 주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는 간구는 단순한 찬양이 아니라, 나의 사소한 야망보다 하느님의 실재를 최우선에 두겠다는 “엄중하고도 두려운 자기 봉헌”이다. 이 책의 백미는 단연코 ‘안전 제일주의’에 대한 거부와 ‘십자가의 역설’을 다루는 방식이다. 언더힐은 기도가 우리의 심리적 위안을 위한 도구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그녀에게 신앙은 위험하다고 표시된 길이라면 피할 줄 아는 유순함을 거부하는 모험이며, 겟세마네의 공포와 골고다의 패배를 직시하는 담담한 용기다. 그녀는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빌려와, 우리네 삶이 체스판의 폰pawn처럼 혼란스럽고 무의미해 보일지라도 결국은 ‘선수’The Player이신 하느님의 섭리 안에 있음을 역설한다. 이 책이 나온 시기가 전쟁 시기였다는 사실은 그녀의 문장에 비장미를 더한다. 그녀가 책에서 말하는 “용서”는 책상물림의 신학이 아니다. “조국을 짓밟은 침략자를 용서하는 것”이 곧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조건임을 말할 때, 독자는 전율을 느낀다. 그녀는 적의 패망을 비는 대신 그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고, 이 ‘영적인 전쟁 활동’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사랑이 자연적인 본성을 거스르는 초자연적인 힘임을 증언했다. 그녀가 말하는 영광은 세상의 승리가 아니다. 가장 비참한 십자가의 죽음 안에서, 역설적이게도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하느님의 사랑, 그 ‘기이한 반전’을 보는 눈이다.
책의 마지막, 언더힐은 모든 신학적 담론을 뒤로하고 아바라는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부르짖음으로 돌아간다.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바, 당신의 것이라는 고백은 패배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작은 자아를 잊고, 우주의 시작이자 끝인 거대한 ‘전부’를 향해 어린아이처럼 손을 뻗는 신뢰의 도약이다. 평생토록 신비의 심연을 탐사했던 대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가 ‘어린아이의 신뢰’였다는 점은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종교를 심리적 안정제로 소비하는 오늘날 『아바』는 우리에게 서늘하고도 엄중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기도는 당신을 위한 것인가, 하느님을 위한 것인가? 그녀는 화려한 영적 체험이나 난해한 이론을 좇지 말고, 그리스도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로 돌아가라고 권면한다. 거기에 우주의 신비와 인간의 구원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길을 잃었을 때, 혹은 너무 멀리 왔다고 느낄 때, 이 책은 우리가 다시 시작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 바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부르는, 가장 위험하고도 가장 안전한 그 자리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이블린 언더힐Evelyn Underhill, D.D.
1875년생. 성공회 평신도 신학자이자 영성가. 변호사 집안에서 태어나 런던 킹스 칼리지에서 역사학과 식물학을 공부했다. 불가지론자에서 그리스도교로 회심한 뒤 평신도 신학자로 그리스도교 신비주의 및 영성 연구와 기도 모임 인도, 신앙 상담에 평생을 바쳤다. 소설, 시집, 신비주의 연구서, 신학 에세이 등 400여 편의 글과 39권의 저서를 남겼으며 성공회, 더 나아가 그리스도교계 전체에 그리스도교 신비주의 전통의 가치와 영성 수련을 되살려 낸 인물로 평가받는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신학 강연을 한 최초의 여성이었으며, 영국 성공회에서 성직자에게 신학을 가르친 최초의 여성이자 공식 피정 모임을 인도한 최초의 여성이기도 했다. 1939년 애버딘 대학교에서는 이러한 공헌을 인정해 명예 신학 박사 학위D.D.를 수여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성공회 평화주의 연대에서 활동하며 반전 평화 운동과 기도 모임을 이끌다 1941년 세상을 떠났다. 영국과 미국 성공회에서는 그녀가 세상을 떠난 6월 15일을 축일로 기념하며, 보스턴 칼리지에서는 그녀의 업적을 기려 2001년부터 매년 이블린 언더힐 강연Evelyn Underhill Lecture을 열고 있다. 주요 저작으로 신비주의 분야의 고전으로 꼽히는『신비주의』Mysticism, 예배학 분야의 고전으로 꼽히는 『예배』Worship와 더불어 『실천적 신비주의』Practical Mysticism(은성), 『그리스도의 빛』The Light of Christ(누멘), 『영성생활』The Spiritual Life(누멘), 『사랑의 학교』The School of Charity 등이 있다.

| 옮긴이 |
황윤하
성공회 사제. 대학에서 심리학을, 대학원에서 상담학과 신학, 교육학을 공부했다. 인간의 발달과 성숙에 관심이 많으며, 최근에는 고독의 긍정적 측면을 탐구하고 있다. 『죽음아, 너의 독침이 어디에 있느냐?』(알렉산더 슈메만), 『주께서 사랑하시듯 사랑하라』(로버타 본디, 이상 비아), 『전도란 무엇인가?』(패트리샤 M. 라이온스), 『창조세계 돌보기』(스테파니 맥다이어 존슨, 이상 성
공회출판사)를 우리말로 옮겼다.

추천의 글

“이블린 언더힐은 20세기 영성가 중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신비주의를 학자들의 책상에서 꺼내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의 삶 한가운데로 가져왔다.
_로완 윌리엄스 (신학자, <신뢰하는 삶>, <심판대에 선 그리스도>의 지은이)

이블린 언더힐은 내가 영성 신학이라는 세계에 눈을 뜨게 해 준 사람이다. 그녀는 이 분야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안내자이자 멘토다.
_유진 피터슨 (신학자, <거룩한 행운>, <일상, 부활을 살다>, <하나님께 응답하는 기도>의 지은이)

이블린 언더힐은 내가 감히 신발 끈을 풀기도 감당치 못할 만큼 영적으로 앞서간 이들 중 하나다.
_C.S.루이스 (영문학자, 작가, <순전한 기독교>,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의 지은이)

이블린 언더힐은 그리스도교 세계 전체가 공유하는 감각을 가장 명징한 언어로 표현해냈다. 그녀에게 평범함과 신비는 결코 분리되지 않았다.
_찰스 윌리엄스 (작가, 신학자, <그가 하늘에서 내려오셨다>의 지은이)

목차

1. 들어가며
2. 아버지
3. 이름
4. 하느님 나라
5. 뜻
6. 양식
7. 용서
8. 선행
9. 영광
인물 색인 및 소개
이블린 언더힐 저서 목록

책 속으로

기도란 영원한 생명이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최선을 다해 살고자 할 때, 즉 사랑을 선택하고 그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려 할 때, 기도는 인간을 온전하게 해 주는 충만한 길을 다시 열어 줍니다. 하늘과 땅이라는 두 차원이 서로에게 깃드는 관계를 움직이고 이 관계를 깊게 하며, 결국에는 완성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비실재, 허상에서 구원받습니다. 창조 과정은 그 목표에 이릅니다. 브레몽Henri Brémond이 말했듯 아무리 서투르고 엉성하며 빈약해 보여도 기도에는 성령의 숨결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기도는 성령의 활동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태도이며 우리 삶에서 가장 신비로우면서도 가장 분명한 실재를 받아들이는 행위입니다. 달리 말해 기도는 초월자이신 하느님과 덧없는 인간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활동입니다. 이 신비로운 실재를 묘사하려는 모든 시도는 과학자가 우주를 설명하려는 시도와 같습니다. 최악의 경우 도식에 그치고, 아무리 잘해도 상징과 암시에 머물 뿐이지요. 이 실재를 정의하려는 순간 실재는 달아납니다. 정신이 펼쳐놓은 그물에 붙잡히기를 거부합니다. 우리는 하느님 편에 서서 기도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할 수도 없고, 인간 편에 서서 바로 여기가 기도의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기도는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모습으로 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자신을 하느님에게서 분리된 존재로 이해하지 않게 되는 가장 깊은 존재의 근원에서,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기도는 떠오릅니다. 그곳, 생각을 넘어선 자리에서 하느님께서는 피조물인 우리를 어딘가로 부르시고 가게 하십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분에 대한 응답으로서 사랑에 바탕을 둔 주의attention, 순종, 간구가 우리 의식에 스며듭니다. 여기서 본격적으로 기도가 시작됩니다. ---p.9~10

신약성서는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응답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기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온전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도의 성격과 목표, 균형과 비례, 질과 어조까지 말이지요. 이 설명을 깊이 살펴보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자 하면 기도의 세계가, 기도의 거대한 요구와 기도에 담긴 거대한 가능성이 우리 앞에 펼쳐집니다. 그러나 그분의 모든 가르침을 보면 알 수 있듯 그리스도께서는 역사와 전통에 단단히 뿌리를 두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기도 역시 영원한 생명의 비밀에 관한 질문에 답하셨을 때처럼 제자들이 이미 알고 있던 익숙한 언어로 설명하셨지요.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말들은 유대교 기도 전통에 오래전부터 있던, 서로 이어진 일곱 개의 구절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뿌리는 구약성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마치 깊은 영성을 지닌 성인에게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늘 듣던 교회의 전통적인 기도문을 그대로 들려준 셈이라고나 할까요. 제자들이 느꼈을 실망을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스승님, 그건 이미 다 알고 있던 말인데요?” 제자들의 반문에 주님께서는 율법 교사에게 답하듯 답하셨을 것입니다. 그대로 행하여라. 그리하면 살 것이다. (루가 10:28) ---p.12

기도의 순서와 구성에 주목해 보십시오. 처음 네 구절은 하느님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고, 이어지는 세 구절은 인간의 처지와 필요를 다루고 있습니다. 처음 네 구절은 첫째 계명인 하느님 사랑에 닿아 있고, 뒤의 세 구절은 둘째 계명인 이웃 사랑에 닿아 있다고도 할 수 있지요. 주님의 기도에서 우리의 뒤틀리고 좌절된 본성이나 죄의 상태, 고통과 무력함, 결핍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중심에 놓이는 것은 인간의 상처와 결핍이 아니라 우리를 자기 집착에서 해방해 고통을 변모시키고 죄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게 하는 하느님의 영광과 아름다움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숭고하고도 친밀하게 실재를 부르면서 시작됩니다. 이 부름은 곧바로 우리를 우주의 가장 깊은 근원에 잠기게 하며, 우리를 감싸고 있는 저 신비와 우리가 부모-자녀 관계임을 선언하게 합니다.

아바, 아버지

무한하신 하느님께서 바로 우리 영혼의 아버지이십니다. 그리고 주님의 기도는 우리가 그분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그분의 인도가 필요함을, 삶이라는 정글 한가운데서 우리를 건져 주시기를, 구원해 주시기를, 도움 주시기를 고백하며 마무리됩니다. 성육신하신 말씀의 길을 따라 이 기도는 영적 체험의 정상에서 출발해 무한에서 유한으로, 공간을 초월한 곳에서 우리가 서 있는 자리로 차분히 내려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이 겪는 온갖 경험이 뒤섞여 있는 모습을 봅니다. 그러나 동시에 하느님의 변치 않는 영광과 사랑이 이를 다스리는 모습도 봅니다. ---p.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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